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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급성장 … 할리우드도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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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들이 17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시안 페이스 인 할리우드'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레오나르도 남, 윌 윤 리, 성 강. [연합뉴스]

"처음 본 한국영화가 '조폭마누라'였죠. 아주 독창적인 영화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그런 작품을 만든 훌륭한 감독과 함께 일하고 싶었어요."

2002년 '피플'지의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고 '007 어나더데이'(2002)에 출연해 국내에서도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윌 윤 리가 한국 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올해 처음 도입한 배우시장인 '스타 서밋 아시아'에서 특별행사로 마련한 '아시안 페이스 인 할리우드'의 기자회견이 17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윌 윤 리 등 3명의 재미동포 배우가 자리를 같이해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생활하다 19세에 뉴욕으로 건너가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남은 "한국 영화가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미국에서도 한국영화를 한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국내영화사에서 출연 제의가 있다면 긍정적으로 출연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분단이라는 특수한 현실이 있다. 이것이 바로 인내하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며 우리만이 반영할 수 있는 좋은 영화 소재"라고도 했다.

1994년 로스앤젤레스 소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2002년 '베터 럭 투모로'에 배우겸 공동 제작자로 참여해 주목을 끌었던 성 강은 "미국에서 아시아 출신 배우들의 영역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뛰어난 감독들의 영화를 보면서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제약이 없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미국에서 12년간 배우생활을 했는데 항상 악당 역할을 했다. 아시아인으로서의 제약이 없는 영화라면 마땅히 출연하고 싶다"며 현지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윌 윤 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들은 여러 해 동안 세계를 멸망시키는 악당 역할을 맡아와 정말 당황스럽다.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은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할리우드에 대한 정의도 명쾌하게 내렸다. 성 강은 "꿈의 장소이며 미국의 산물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곳이지만 결국 돈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고 정의했다.

윌 윤 리는 "할리우드는 내게 흥미로운 동심의 세계와도 같은 곳"이라고 말했으며, 레오나르도 남은 "비어있는 도화지와 같은 곳으로 스크린을 통해 에너지가 전달되는 곳"이라고 답했다.

부산=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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