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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돌발행동에 中 장군들 열 받았다" 홍콩紙 보도

중앙일보

입력

중국 인민해방군 장성들이 북한 핵실험에 대해 외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격양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당시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던 중국 공산당 제16기 제6차 중앙위원회(6중전회)에 참석했던 해방군 장성들과 상당수 고위 간부들이 매우 흥분했다고 전하면서 북한의 돌발 행동이 장군들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고 경향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에 지지를 보내는 등 최근 중국 지도부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 움직임이 관측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해방군은 공산당의 최고 정책 결정기관인 중앙위원회를 구성하는 단일 조직 가운데 최대 계파로 전체 197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24%인 48명이 국방부장, 총참모장, 공군.해군 사령관 등 해방군 상장과 중장들이다.

신문은 6중전회 소식에 정통한 중국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던 당 중앙위원들이 본의제보다는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북핵 문제를 놓고 더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당시 토론의 결론은 대북 제재를 펼쳐야 하는 것으로 내려졌으며, 장성들과 간부들은 공산당 지도부에 대해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대북 제재를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이상 북한의 불장난을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장성들이 우려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이 아시아에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나올 경우 일본과 한국, 그리고 대만이 핵개발에 나서 자체적인 핵 억지력을 추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며 이는 중국의 동북아 안보에 대한 영향력 감소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중국 소식통들은 그동안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해방군 장성들이 강하게 반발한 데 대해 아주 의미심장한 조짐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중국 지도부가 대북 정책을 강경 기조로 바꾸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식통들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 찬성한 것은 대북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재안에는 찬성하면서도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북한에 드나드는 화물선 검색에 반대한 것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분노와 무력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들은 중국 장성들의 반발에서 앞으로 중국이 '입술과 이' 사이라는 북한과의 특수한 동맹 관계를 포기하고 대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 대 국가라는 정상적인 관계로 전환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은 1,400㎞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을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식량과 에너지 공급 중단 등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단행하면 이는 북한 경제의 붕괴와 함께 수백만명의 북한 난민들이 중국 동북지방에 쏟아져 들어오는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볼 때도 독재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일반 국민들을 굶주리게 했을 뿐 지도자들에게는 거의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한반도와 아시아의 안정이 중국의 최대 전략적.경제적 이익임을 감안할 때 그렇다.

그렇다고 중국이 바로 코 앞에 핵무기를 용인할 것으로 보는 것도 시기상조라는 것이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금세기 최대 과업이 대만과의 통일이라고 본다면 중국이 미국과 어떤 협상을 할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대만 군사력 증강의 가장 큰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핵 야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모종의 중대 결단'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미국이 대만과 북한을 맞교환하는 거래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관측마저 일부에서는 제기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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