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도 '전관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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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물린 과징금 중 70% 이상(금액 기준)에 대해 기업이 불복 소송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과정에서 공정위 퇴직자들이 취직한 법률회사들이 관련 소송을 상대적으로 많이 수임했으며 이들의 승소율도 높게 나왔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16일 국회 정무위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이에 대한 기업들의 불복 소송 실태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위는 639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4792억원(74%)의 과징금에 대해 불복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퇴직자들이 취업한 법률회사가 해당 소송을 많이 수임했고 승소율도 높았다는 것.

물론 공정위 상대 소송을 담당한 법률회사의 승소율이 전체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공정위 퇴직자가 없는 법률회사는 한 건도 승소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5년간 7개 법률회사에 11명의 공정위 퇴직자가 취업했다"며 "이들이 공정위의 내부 정보 등을 활용해 소송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정위가 과징금과 관련한 소송에서 40% 넘게 패소(건수 기준)했다"며 "패소 비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도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KT를 예로 들면서 공정위에도 '전관 예우' 관행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KT가 다른 통신회사와 담합해 시내전화 요금을 정했다는 혐의로 1130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이에 대해 KT는 같은 해 9월 불복 소송을 냈고, S법무법인이 소송을 맡고 있다. 그런데 당시 과징금 부과 결정에 참여한 상임위원 A씨가 얼마 전 사표를 내고 S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소송 업무를 보좌한 팀장 한 명도 올 8월 이 법인에 영입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퇴직자들이 자리를 옮겼다고 승.패소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법률회사 출신인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은 "유착 관계로 로비가 일어나거나 내부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권 위원장의 인식이 안이한 것 같다"고 질타했다.

한편 권 위원장은 "대기업집단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조건없이 폐지하라"는 의원들의 잇따른 요구에 "악성 순환출자를 반드시 막아야 하고 대안 없는 출총제 폐지는 곤란하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북 핵실험으로 투자 위축이 불보듯 뻔한데 경제가 망하건 말건 상관없다는 얘기냐"며"출총제 폐지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촉구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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