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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능력 있다면 2차 핵실험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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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은 핵무기 능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추가 핵실험과 플루토늄(핵물질) 추출.재처리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핵 보유국 가운데 가장 늦게 핵실험을 감행했던 인도.파키스탄에 대한 사례연구 결과 나온 결론이다. 두 나라는 1998년 5월 국제사회의 감시 속에서 핵실험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인도.파키스탄은 수십kt급에서 1kt급 이하까지 다양한 핵실험을 했던 반면, 북한은 한 차례만 했다"며 "북한의 핵실험은 완료형이 아니라 추가 핵실험 등을 염두에 둬야 하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북한의 추가 핵개발을 저지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 단발성 핵실험 대 연속 핵실험=북한의 핵실험은 한 차례의 소규모 지진파(지진 규모 3.6)와 방사능 관측으로 확인됐다. 반면 인도.파키스탄은 98년 5월 각각 5차례,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래픽 참조>

인도는 98년 5월 11일과 13일, 파키스탄은 같은 달 28일과 30일 각각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했다. 모두 이틀 간격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지진 규모 5.0의 지진파가 관측됐다. 반면 북한은 핵실험 이틀 뒤인 11일 추가 핵실험 대신 외무성 담화("지하 핵시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를 발표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춘근 박사는 "기술적 측면에서 핵실험 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상식"이라며 "이런 데이터들은 단발의 점(點)이 아닌 일련의 선(線)으로 나와야 핵무기 제작.개량 기술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정치적 의도가 더 강했다"=북한과 인도.파키스탄은 핵실험으로 공개된 핵기술 수준에서도 차이가 난다. 적대 상태였던 인도.파키스탄은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했다. 핵실험 내용도 40kt급(1kt는 TNT 1000t에 해당)부터 1kt급 이하의 소형 핵폭탄까지 다양했다. 핵무기 제조 기술을 한꺼번에 과시해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핵 보유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74년 최초로 핵실험을 했던 인도는 98년 핵실험 당시 핵융합폭탄(수소폭탄) 실험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에선 소규모 지진파만 발생했다. 미국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소의 신성택 박사는 "완벽한 데이터 확보라는 기술적 목적보다 미국과 국제사회에 충격 효과를 주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강했던 것 같다"고 추론했다.

◆ "가시화된 핵 위협"=북한 핵실험의 규모만을 따져 핵개발 능력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술적으로 '절반의 성공'이나, 그것만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핵개발 능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북한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향후 핵기술 개량에 필요한 실험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핵실험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이라고 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도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 능력은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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