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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북핵제재결의] '안보리 결의' 북한 전문가 4인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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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718호가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강도 높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결의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국제법적 근거를 사실상 제공한 점도 평가했다. 이는 한반도의 급격한 긴장 고조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 김성한(외교안보연구원) 교수=결의는 무력 제재를 포함한 포괄적 제재를 담은 미.일의 초안보다 약하지만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채택된 결의 1695보다 훨씬 강하다. 향후 진행될 대북 압박의 첫 조치가 성공적으로 나온 것이다.

결의는 특히 북한 선박 검문.검색 요구를 담고 있어 PSI를 심화.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줬다. 한국은 2005년 8월 발효된 남북 해운협정에 따라 영해상에서는 이미 좁은 의미의 PSI를 이행해 왔다. 협정에 따라 제주해협을 지나는 북한 선박에 대해 우리가 검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결의로 영해상에서 한국이 추가로 취할 조치는 없다. 문제는 미국이 한반도 인근 공해상의 검문.검색에 참여를 요구할 경우다. 이 요구는 워낙 민감해 한국이 들어주기 힘들 것이다. 한국은 정보만 제공하고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공해상에서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도 당장 중단할 필요는 없다. 유엔 결의로 공이 북한으로 넘어간 이상 북한의 반응을 봐 가며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 핵실험, 육.해상의 국지 도발 등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면 규모와 속도를 재조정해야 한다.

◆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군사적 제재가 빠졌지만 PSI 차원의 내용이 들어가 기존의 대북 제재가 강화됐다. 북한의 체제 위기가 심화될 것이다. 관련국들은 결의도 실천해야 하지만 북한과 대화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제재 일방으로 가는 것은 무리며 대화 여지를 남겨야 한다.

PSI가 어려운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결의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한국에 PSI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이 참여하면 남북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도 부분적으로 동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은 지속돼야 한다. 이 사업들은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이자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도 연관돼 있다. 중단되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대외 신인도가 추락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을 부시 행정부와 협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그만큼 북.미 협상 가능성도 크다.

◆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 교수=결의가 통과되긴 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제재 방법.시기.절차.범위 등에서 동상이몽식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 중국에 강력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상황이 복잡하게 될 수 있다.

북한은 앞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일본의 제재는 신경 쓰이지만 중국의 압력은 크게 못 느낄 것이다. 일본 제재의 충격을 완충시킬 활로를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남측과의 '거래'를 통해 국면 완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결의가 전면 무역 봉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상 거래에 따른 대금 결제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다만 북측 군부와 거래할 때는 어느 정도 제한이 불가피하다. 남북 경협은 기존의 전략물자 반출 통제 기준을 준수하는 선에서 계속 유지해야 한다.

PSI에는 참여할 필요가 없다. 문제 해결 가능성을 봉쇄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추가 위협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협상을 가능케 할 외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명확한 협상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 금융 제재 해제가 관건이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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