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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월요인터뷰

핵 전문가 김용균 한양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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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진=김성룡 기자

만난 사람=박방주 과학전문기자

핵 전문가인 한양대 김용균(44.시스템응용공학부 원자시스템공학 전공)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은 애초 계획보다 소규모 폭발만 일으켜 성공했다고 볼 수 없으나 기술 진전에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검출에 성공했다는 방사능 물질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제한적으로나마 핵폭발 규모 등을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방사능 물질을 잡지 못한 것은 그런 극미량을 분석할 장비도, 시료인 공기를 포집하는 기술도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15일 김 교수를 만나 과학적으로 북한 핵실험을 분석한 의견을 들었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능 물질을 찾아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미국의 정찰기에서 대기 중의 방사능 물질 농도가 자연 수치 이상임을 측정했다고 한다. 어떤 종류의 물질이며, 어느 정도의 양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기 중 제논이나 크립톤 등 방사능 물질의 변화가 측정되면 핵분열 반응의 부산물인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핵폭발에 의한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방사능 물질이 얼마만큼 검출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최종 결론을 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본다."

-북한의 핵실험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최종적으로 핵실험이 확실하다고 가정할 때 감지된 폭발 강도가 러시아.중국에 북한이 통보했다는 것보다 작았으므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기술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단계가 될 수 있다."

-TNT를 터뜨리고 핵실험을 했다고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이번 핵실험의 지진파가 통상적인 핵실험에서 관측되는 리히터 규모 4.5~6보다 작은 3.7 정도의 규모고, 장기간 방사능 물질이 측정되지 않았으므로 핵실험이 아니고 폭약을 터뜨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자 그대로 0.5~1kt의 폭약을 지하에서 터뜨리면 지진파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소규모의 핵실험을 계획했거나 대형 핵실험에 실패하여 소규모의 핵폭발만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핵실험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비교적 쉽게 검증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소규모 핵실험도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경우처럼 처음 핵실험을 시도하는 경우에 소규모 핵실험을 애초 계획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러시아 등 5대 핵 강국은 모두 처음에는 대규모의 핵실험을 했고 나중에 소형 핵폭탄 기술을 갖게 되었으나, 인도.파키스탄의 경우에는 1998년 핵실험 가운데 1kt 미만의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핵실험 물증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이번 핵실험을 사기극으로 볼 수 있나.

"지하에서 완벽에 가까운 차폐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핵폭발이 있는 경우에는 방사능 물질 등이 미량이나마 외부로 유출될 것이므로 최신의 계측 기술로 물증을 확보할 수 있다. 만약 지진파 이외에 방사능 물질 등의 추가 물증이 전혀 없었다면 다량의 폭약을 터뜨리고 핵실험으로 위장했다는 의심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 방사능 물질이 확인되었으므로 미량이나마 그 성분을 정밀 분석하면 핵폭발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를 제한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과학기술력이 떨어지는 북한이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핵폭탄을 만드는 게 쉬운가.

"미국이 처음으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 60년간 핵무기 설계와 제조 기술 정보들이 상당히 공개돼 웬만한 국가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은 60년대부터 소련에서 제공한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해 왔고, 지속적으로 핵 전문가를 양성해 현재 3000여 명이 핵개발 프로그램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고순도 플루토늄 1㎏으로 1kt 규모, 3㎏으로 20kt 규모의 핵무기 제작이 가능할 경우에 '고급 수준', 플루토늄 3㎏으로 1kt 규모, 6㎏으로 20kt 규모의 핵무기 제작이 가능하면 '저급 수준'으로 분류한다. 북한의 기술 수준은 확실치 않으나 대략 중급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번 핵실험은 핵폭탄 제조 과정 중 어느 단계이며, 앞으로 남은 단계는.

"핵실험은 핵폭탄 제조 과정의 최종 실증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실제 핵실험을 제외한 핵폭탄 설계에 대한 검증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이 성공했을 경우에도 미사일과 같은 운반체에 탑재하기 위한 소형.경량화 단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앞으로도 북한이 계속 핵실험을 시도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근거다."

-북한은 핵폭탄 제조용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얼마나 갖고 있고, 자체 생산이 가능한가.

"현재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은 외부의 도움 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자체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8월의 미국 의회 보고서에는 북한이 약 20㎏(핵폭탄 2~3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은 거의 확실하고, 50㎏ 이상의 플루토늄을 소련에서 밀수했을 수 있다고 하며, 2003년에 추출한 영변 원자로 연료봉의 재처리로 20~30㎏의 핵연료를 추가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이번에 관측된 핵실험 규모가 작다고 하는데, 그 원인을 놓고 기폭장치만 터졌다는 등 추측이 무성하다.

"플루토늄-239나 우라늄-235가 핵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한 덩어리로 뭉쳐져야 하는데 이 양을 임계질량이라 한다. 핵폭탄 내부에는 임계질량을 초과하는 분량의 핵물질이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장치돼 있다. 기폭장치는 이 분산된 핵물질이 한군데로 모여 핵폭발을 일으키게 하는 정밀하게 설계된 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폭약을 사용한다. 따라서 기폭장치만으로 이런 규모의 지진을 일으켰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기폭장치의 설계 또는 폭약의 품질이 잘못돼 예상보다 작은 핵폭발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이번 핵실험과 같이 작은 규모의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핵폭탄을 만들고 운반체에 싣는 기술은 어느 정도의 고난도인가. 북한은 그런 기술이 있다고 보나.

"미사일과 같은 운반체에 핵무기를 실으려면 일단 경량화해야 한다. 적은 양의 핵물질을 사용해 효과적인 핵탄두를 제작해야 하는 것으로 플루토늄 1㎏으로 1kt 정도의 위력을 내야 하는, 기술 축적과 함께 여러 번의 핵실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한 고난도 기술이다. 북한이 아직은 이 정도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북한이 핵실험한 것 정도를 핵폭탄으로 만들었다면 그 위력은.

"지진파의 분석으로 얻은 폭발의 강도는 대략 TNT 0.8kt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으로는 서울의 한 개 구 정도의 범위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을 생각하면 서울시 전역이 피해 범위에 들게 된다."

-우리나라에 설치해 놓은 환경 방사선 감시 시스템으로 북 핵실험을 감지할 수 있나.

"우리나라 전역에 설치되어 있는 환경 방사선 감시 시스템으로는 핵실험의 영향을 능동적으로 감지할 수 없다. 방사능 물질이 바람이나 빗물에 의해 남쪽으로 영향을 주는 정도가 돼야만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향이 있더라도 그 강도가 환경 방사선 감시 시스템의 측정 범위 이하의 미미한 정도라면 감지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지역이 방사능에 대해 안전한지, 인체에 영향을 주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충분한 능력을 가진 시스템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bpark@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김용균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핵물리 실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할 차세대 원자로인 액체금속로 개발과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자 계측 기술을 연구했다. 올 9월부터 한양대에서 강의하면서 요즘에는 방사선 측정 센서의 원천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핵기술 관련 연구로 200편 이상의 논문을 국내외에 발표했다. 세계 3대 인명사전으로 꼽히는 미국 ABI의 'International Directory of Experts and Expertise' 'Great Minds of the 21st Century'와 영국 IBC의 '2000 Outstanding Intellectuals of the 21st Century'에 동시에 등재돼 있다. 부인인 송아영(음악과) 공주영상대 교수와 3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