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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F1머신시승] 시속 100km까지 2.8초…자석처럼 붙어 90도 코너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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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프랑스 폴리카르 서킷에서 F1 경주차(머신)를 시승했다. 포뮬러1(F1) 경주에서 올해 1등을 달리고 있는 마일드세븐-르노팀의 페르난도 알론소(25)와 같이 탔다. 지난해 F1 챔피언인 알론소는 페라리의 미하엘 슈마허의 뒤를 이을 기대주다. F1 머신은 레이싱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감속.코너워크가 민감했다. 3.5ℓ V8 650마력의 엔진을 장착한 시승차는 무게가 512㎏에 불과하다. 중량 대비 마력 비율이 1.3hp/㎏이다. 일반차의 13배가 넘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8초. 수퍼카로 꼽히는 엔초 페라리(3.65초)보다 1초가량 빠르다.

시승에 앞서 목과 팔 근육 마사지를 받았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 느끼는 옆 압력으로 근육에 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운전석은 비행기 조종실처럼 '콕핏'이라고 부른다. 몸은 거의 누운 자세다. 양쪽 어깨가 차체에 닿아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비좁다. 시트를 조정하고 가슴 전체를 감싸는 안전벨트를 맸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벨트가 조여 온다. 시동을 걸고 스타트 버튼을 누른 뒤 조금씩 클러치에서 발을 떼며 엑셀을 밟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기어 변속(시프트 업)을 하자마자 "빠앙-" 소리를 내면서 엔진이 반응한다.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압력(G포스)이 느껴진다.

폴리카르 서킷의 출발 구간은 약간 내리막으로 90도 코너의 연속이다. 코너링을 할 때는 노면의 느낌이 타이어와 서스펜션을 거쳐 온몸으로 전해진다. 다른 레이싱차라면 코너를 돌 때 미끄러져 나갈 만한 곳도 마법처럼 트랙 노면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반응한다. 조금 익숙해지자 자신감이 붙었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한 직선구간에서는 변속기 기어를 겨우 3단으로 올려 힘껏 엑셀을 밟았다. 정말 무섭게 달린다. 제동지점이 멀리 보인다. 급제동. 불과 몇 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시속 220km의 속도에서 시속 60km로 줄어든다. 탄소 브레이크가 아니었다면 방호벽에 처박혔을지도 모른다.

첨단장비가 모두 들어간 F1 머신은 가감속을 할 때 완벽한 무게배분이 돼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노면의 반항을 적절히 잡아준다. 표면이 적당히 녹아 접지력이 살아 나는 타이어 역시 노면에 자석처럼 붙은 느낌이다. 시승 후 알론소가 운전하는 2인승 차량에 동승했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차량을 제압하는 노하우는 그야말로 신기(神技)였다.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운영되는 경주차의 신기술을 체험한 자리였다.

이승우 모터 스포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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