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라이벌 열전 ⑤ 우유 vs 요구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우유 vs 요구르트'. 라이벌 관계라기보다는 시발점이 같은 '한 뿌리'다.

유산균을 이용해 우유를 발효시킨 것이 요구르트다. 따라서 인류는 우유를 먹기 시작한 지 한참 지나서 요구르트를 섭취했다. 어쩌면 그 간격이 수천 년에 달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은 우유를 요구르트의 3배쯤 마신다. 지난해 한 사람이 27.1㎏의 우유(백색 우유)를 마신 데 비해 요구르트 섭취량은 9.8㎏에 불과하다.

우유와 요구르트 중 어느 것이 더 건강에 유익할까. 일반적으로 자연적인 영양면에선 우유가, 기능성에선 요구르트가 다소 앞선다는 평가다(매일유업 유가공식품연구팀 양진오 박사).

우유와 요구르트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유산균. 요구르트엔 유산균이 g당 1억~10억 마리나 함유돼 있다. 반면 우유에 들어있는 유산균은 미미하다. 유산균은 '장(腸) 미화원'이라는 별명답게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의 증식을 돕는다.

그래서 요구르트.김치 등 유산균 음식을 먹으면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진다.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요구르트를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요구르트의 유산균은 항암효과도 인정받는다. 미생물의 세포 돌연변이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우유도 항암 식품'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더러 있다. 우유가 위벽을 감싸서 발암물질이 들어있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이 위벽과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 그러나 이 가설은 아직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당분(탄수화물) 함량은 요구르트가 7~16%로 우유(약 5%)에 비해 높다. 발효식품 특유의 신맛을 줄이기 위해 요구르트 제조과정에서 포도당.과당 등 당분을 인위적으로 첨가하기 때문이다. 비만.당뇨병 환자가 요구르트를 과다 섭취해선 안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요구르트 임광세 박사는 "우유만 마시면 배탈.설사를 하는 등 유당 불내증(몸에 유당분해 효소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 있는 사람은 요구르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유산균이 유당을 분해시킨다"고 설명했다.

우유엔 '완전식품'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서다. 특히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의 100㎖당 칼슘 함량은 약 100㎎. 요구르트에도 이와 비슷하게 들어 있다. 게다가 우유와 요구르트에 든 칼슘은 체내 흡수가 잘 되는 편이다. 따라서 골다공증.골절 예방 등 뼈 건강을 위해선 두 식품을 즐겨 마실 필요가 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질 좋은 단백질을 섭취하기엔 우유(3~3.5%)가 더 안정적이다. 요구르트의 단백질 함량은 제품에 따라 차이가 크다(1~5%). 특히 우유의 단백질(유청.카제인)은 소화율이 96%(콩 단백질은 약 80%)에 달한다.

지방 함량은 우유가 약간 높지만 딸기 요구르트와는 별 차이가 없다. 동맥경화.고혈압.비만 등 성인병이 있거나 우려되는 사람은 저지방 또는 무지방 제품을 사서 먹는 것이 현명하다.

열량은 서로 '같은' 급이다. 100㎖(또는 100g)당 열량이 둘 다 60㎉대로 같은 양의 사과.포도와 비슷하다.

한국인의 우유.요구르트 소비량은 아직 부족하다. 우리 국민에게 가장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가 칼슘이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