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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지 야경 보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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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주 안압지의 야경. 연못 위에 반사된 누각이 마치 두 개인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조문규 기자

신라 천년고도 경주의 밤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 유적지 곳곳에 아름다운 조명이 설치되고 야간에도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관광객들은 '경주는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덕분에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 "밤에 볼거리 많아요"=안압지(임해전지.사적 18호)에서는 이달 말까지 토요일마다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백제의 무왕이 된 서동왕자가 서동요를 지어 신라 26대 진평왕의 셋째딸인 선화공주의 사랑을 얻는 과정을 그린 창극 '서동왕자와 선화공주'가 공연된 지난달 30일에는 관광객과 경주시민 1500여 명이 몰렸다.

이날 안압지 앞 2차로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고, 무대 앞 의자(500개)를 차지하지 못한 관광객은 잔디밭에 앉거나 누각에 기대 공연을 즐겼다. 안압지 공연은 매회 1000~3000명씩 연간 5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주부 김숙임(41.대구시)씨는 "춤과 노래, 국악과 서양음악, 대중.성악 가수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어 가족끼리 종종 온다"고 말했다.

안압지 매표소 직원은 "공연을 하기 전에는 밤에 안압지를 찾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으나 요즘은 입장료(1000원) 수입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경주시민은 입장료가 무료다.

공연을 개최하는 경주문화원 최용환(75) 원장은 "공연 규모가 크고 수준이 높은 데다 실외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문단지 내 상설공연장에서는 소규모지만 토.일요일 등에 한국의 전통 춤과 가락 등 국악을 감상할 수 있다. 경북관광개발공사는 올해 처음으로 평일 야간에도 이 공연장에서 힙합 댄스, 록밴드 공연,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다.

또 지난달 29일~10월 1일 열린 제4회 보문호반축제 때는 호수 주변에 루미나리에(조명예술 건축물)와 1000여 개 소망등이 설치돼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 축제에는 9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음력 보름날 전후 토요일에 실시되는 '달빛신라역사기행'과 '남산답사'도 수백 명씩 몰리는 등 야간 관광상품으로 인기다.

◆ "아름다운 밤 풍경"=경주시는 2004년부터 연차적으로 주요 유적지에 조명을 설치했다. 안압지의 경우 붉고 은은한 조명을 받은 누각과 연못 속 숲, 주변 나무 등이 한데 어우러져 야간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압지는 사진작가의 주요 촬영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이 취미인 송용범(28.서울 거주)씨는 "인터넷에서 안압지 야경이 좋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하러 왔다"며 "10여 년 전 수학여행 때의 밋밋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라고 말했다. 안압지 서편 연꽃단지(1만2000㎡)에도 환한 조명이 켜진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단지 내 흙길을 걷거나 단지 가운데 정자에서 밤 풍경을 즐긴다.

조명을 설치한 뒤 오후 10시까지 입장객을 받는 천마총.안압지 등은 부부.연인 등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첨성대, 계림, 반월성(신라궁궐터), 감은사지 3층 석탑, 김유신 장군 묘 등에도 조명을 설치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경주 천마관광 서상보(48) 이사는 "경주가 이제는 밤 관광이 즐거운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반겼다. 경주시 이낙희 관광홍보담당은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고 반응도 좋아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명 추가 설치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주=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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