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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사라진 김신일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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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신일(사진) 교육부총리는 취임(9월 20일) 23일 만에 국정감사를 받았다. 인사청문회(9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과 마주한 것이다. 그는 간간이 웃는 등 인사청문회 때보다는 여유있게 감사에 응했다. 의원들의 추궁이 있을 땐 "노력하겠다" "분석해 보겠다" "검토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을 하며 넘어갔다. 학자(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시절 "획일적 교육 때문에 수월성도 평등성도 모두 죽었다"며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열린우리당 김교흥.정봉주 의원은 2008 대입의 문제점을 따졌다. 김 의원은 "서울대 등이 2008학년도부터 논술 비중을 높여 사교육 시장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학부모 167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자녀를 논술학원에 보내고, 17%는 월 100만원 이상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학교에서 논술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사교육비 부담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죽음의 트라이앵글(학생부+논술+수능)로 불리는 새 대입이 학생 부담만 가중시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또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 실시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국가예산 지원액을 전면 삭감하는 고강도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일선 학교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당황하고 있고 학부모들도 불안해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연말까지 교사 논술 연수를 7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때 네 차례나 "(부총리가 된다면) 서울대와 협의를 강화해 대학이 미치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평준화 비판'도 피해갔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획일적 평준화 때문에 조기유학이 늘고 수월성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별 실력차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리는 "평준화 기본틀은 유지하되 필요한 부분은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 때 '일정 부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사학법 관련 입장도 바꿨다.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이 "소신이 바뀐 것이냐"고 추궁하자 "국회에서 뜻을 모으면 따르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부총리 제자인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대통령이) 소신을 보고 부총리에 기용한 것으로 본다"며 소신 유지론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의원들은 개인별 질의 시간(15분) 대부분을 자료 설명에 썼다. 일문일답 공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맥빠진 감사였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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