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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미얀마 진출 활발/백화점 세우고 석유탐사도(특파원코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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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웅산 악령씻고 교역늘어/정정불안ㆍ통신시설 엉망 큰 고충
버마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미얀마는 우리와는 지난 61년 영사관계를 튼 이래 오랜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비동맹 등거리외교를 추구해온 미얀마는 남ㆍ북한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77년 당시 네윈대통령이 평양을 공식방문하는 등 친북한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던 중 지난 83년 10월9일 북한정보원의 소행으로 밝혀진 「아웅산묘지 폭탄테러사건을 계기로 미얀마는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친한국노선으로 선회했다.
미얀마의 저명한 언론인인 우 세인 윈씨(68)는 『화가난 네윈은 증거확보를 위해 범인들을 생포하라고 지시했는데 범인중 1명이 자폭하는 바람에 미얀마군인 3명이 숨지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아웅산묘지는 지난 47년 7월19일 총격테러를 당해 숨진 아웅산등 독립지사 9명의 유해가 안치돼있는 곳으로 원래 이름은 「순교자의 묘」.
아웅산묘지는 이후 콘크리트건물로 새로 건립됐으나 매년 7월19일 공식기념행사때를 제외하곤 연중내내 문을 굳게 닫은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88년 집권후 경제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미얀마정부는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지난해 3월엔 한국주재 상설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양국관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한ㆍ미얀마간 총교역량은 2천6백만달러(88년)로 아직은 미미한 편. 한국은 기계류ㆍ전자제품등을 수출하고 목재등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최근 들어 미얀마의 개방정책에 힘입어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 79년 연락사무소 형식으로 처음 진출한 이래 현대건설은 83년 킨다댐을 건설했다.
㈜대우는 지난해 양곤시내에 외국회사 최초의 백화점을 개설했으며 지난 3일엔 미얀마중공업과 대우전자가 각각 4천6백만달러와 6천4백만달러를 공동투자,전자제품제조회사를 세우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유공은 지난해 10월 미얀마정부로부터 석유탐사권을 따내 양곤에서 북쪽으로 9백㎞ 떨어진 친디윈지역에서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순수 국내자본과 기술에 의한 첫 해외 유전진출로 석유매장가능성이 높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밖에 세계물산ㆍ화인트레이딩ㆍ우신상합등이 봉제ㆍ수산물가공업 분야에 진출해 있다.
미얀마에는 외교관ㆍ상사원등 40여명의 한국인들이 있으나 장기거주하는 교포는 없다.
이들은 한결같이 『미얀마의 경제상황이 50년대 한국과 같다』며 『외부와 단절된 세계에 사는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미얀마는 연평균기온이 섭씨 28도,강우량은 2천8백mm로 열대성몬순기후.
모기가 극성을 부려 한 외교관부인은 『이곳에선 서로 얘기도중 몸을 긁적거려도 흉이 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한편 통신시설이 형편없어서 팩시밀리를 전혀 쓸수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이곳에 진출한 상사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미얀마 사회전반에 남아있는 사회주의ㆍ관료주의ㆍ외국인 배타의식ㆍ폐쇄주의도 업무에 있어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관료와 만나기 위해서는 며칠씩 기다려야 하고 약속도 일방적으로 취소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한 외교관은 『미얀마의 고위관료들을 집으로 초청하는 것도 쉽지않다』고 했다.
고급각료라도 외국인의 집을 방문할때에는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돌아간 다음에는 보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꺼려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미얀마의 불안한 정치상황.
지난 88년 민주화 유혈진압을 직접 경험한 일부기업들은 아예 서울행 비행기표를 항상 구입해 놓고 있을 정도다.
한국기업의 미얀마진출은 일본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그러나 88 서울올림픽등을 계기로 진출이 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양곤에서 한국대사관의 주선으로 처음 한국화전시전이 열려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지상사원들은 미얀마가 때묻지 않은 「처녀국가」며 풍부한 석유ㆍ목재ㆍ해산물 등 부존자원과 민족의 우수성ㆍ개방정책등을 감안할 때 전망이 밝은 나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단기적인 경제이익보다는 양국간의 우호관계증진등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양곤(미얀마)=오체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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