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은 안보 위기를 과장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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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북한은 핵을 가지려는 이유가 자신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안보 위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대단히 과장된 것이다"고 밝혔다. "미국에 잘못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느냐"는 과거 발언을 상기할 때 크나큰 인식 전환이다. 노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입각해 다룰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런 인식 변화가 북한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관된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를 두고 논란이 있다. 미국의 적대적 대북한 정책이 촉발한 것이라는 주장과 국제사회와 공존하기 어려운 시대착오적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북한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체제에 대한 후자의 평가를 수용하고 있다고 본다.

사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공산주의 국가 중에서도 북한은 전체주의적 경향이 극단화된 사회다. 북한이 내세우는 '주체사상' '우리식 사회주의'나 '김일성 사회주의' '선군정치'라는 표현에서 보듯 북한은 일반적 또는 이념형 사회주의 체제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다.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신성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물론 비판적 언동은 일절 용납되지 않는다. 북한 당국이 외부세계와 북한 주민들 사이의 접촉을 극도로 경계하는 이유다. 개방으로 체제가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안보 위기를 과장해 대결 국면을 조성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더불어 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만이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과 북한 주민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내부개혁에 나서야 한다.

노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구체화될 것을 기대한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끌어안는 식의 대북 정책은 이제 파탄이 났다. 안보 위기를 과장하며 체제 문제를 감추는 북한의 '핵위협'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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