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세리를 위한 코스 '옥에 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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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나 어떻게 됐어요."

박세리는 2라운드를 마치자마자 대회 관계자를 붙잡고 물을 정도로 3라운드 진출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 같은 조의 양용은과 신용진이 초반부터 버디 공세를 펴자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특히 13번홀(파4)에서는 드라이브샷이 페어웨이 왼쪽 벙커에 빠졌고, 페어웨이 우드로 그린을 노린 두번째 샷이 빗맞으면서 우측 워터 해저드에 빠져 더블보기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약 1백야드를 남긴 네번째 샷을 핀 1m 지점에 붙이는 신기의 아이언샷으로 보기로 막아냈다.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박세리는 단연 박수감이었지만 샷에 대한 변별력이 없는 코스는 '옥에 티'였다. 박세리는 "핀이 엉뚱한 곳에 꽂혀 있어 잘 친 샷이나 못 친 샷의 차이가 없었다"면서 "14번홀 같은 경우에는 핀이 경사 중간에 꽂혀 있었는데 미국에서 이런 경우는 볼 수 없다"며 핀의 위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신용진도 "이번 대회 코스는 박세리를 위한 것"이라면서 "만일 한국오픈을 치른 우정힐스골프장 같았다면 박세리가 컷을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용진은 "힘의 차이가 점수로 연결되지 않는다. 많은 파4홀에서 남자선수가 드라이버를 치면 40~50야드가 남고, 박세리는 쇼트아이언을 잡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은 성대결이었다.

용인=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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