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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선 장애인 '맞춤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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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노르웨이 여성이 컴퓨터를 조종하는 과정을 한국의 장애 청년들이 보고 있다. 신준봉 기자

한국의 장애인은 214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올해 전국 249개 지방자치단체 청사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조사한 결과 주출입구 접근로, 장애인 화장실의 위생시설 등 기본적인 시설의 설치율이 6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장애 청년 30명을 뽑아 장애 복지 선진국의 실상을 둘러보는 '장애 청년 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행사를 최근 마쳤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동남쪽 피오르 해안에 자리잡은 수나스 병원은 장애인 재활기관으로 명성이 높다. 장애 청년 6명 등 한국인 13명은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마치고 귀가하던 루네 레루드스모엔(54)을 만났다. 레루드스모엔은 30여 년 전 강에서 수영하다 머리를 다쳐 가슴 아래가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는 리모컨을 능숙하게 조작해 자신의 승합차량(벤츠 V230)에 부착된 리프트를 내려 혼자 휠체어를 타고 가뿐하게 자동차에 올랐다. 운전석에 앉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3분 남짓.

레루드스모엔은 "차량을 구입하고 개조하는 데 든 72만 크로네(약 1억1500만원) 중 64만 크로네(약 1억200만원)를 정부에서 대줬다"며 "장애인이지만 큰 불편 없이 당근 농사를 짓고 있다"고 소개했다. 청각장애 3급인 인터넷 웹디자이너 윤혜령(22)씨는 "한국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지만 여기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슬로대학의 장애 학생 지원체계도 방문팀의 부러움을 샀다. 80평 규모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화면 확대기.특수 컴퓨터 등 장애인 보조기기로 가득했다. 뇌성마비 장애 2급인 배준후(26.중앙대 경영학과 석사과정)씨가 "손이 떨려 글씨를 쓸 수 없어 대필(代筆) 시험을 봐야 할 경우 한국의 대학에서는 전공이 다른 사람을 도우미로 붙여준다. 노르웨이에서는 어떻게 도와주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학 관계자는 "장애 학생이 전공 지식을 갖춘 보조인을 원할 경우 거기에 맞는 사람을 구해준다"고 답했다. 동석한 노르웨이 복지정책부의 잉그빌드 뭉크 올센은 "오슬로대학에서는 청각 장애 학생에게 보조인을 2명씩 붙여 준다"고 덧붙였다. 한 명이 교수의 강의를 장애 학생에게 수화 통역하는 사이 다른 한 명이 강의 내용을 필기한다는 것. 청각 장애 학생은 수화 통역을 보느라 필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드림팀 행사는 다섯 팀으로 나눠 노르웨이.미국.호주.중국.이탈리아를 7~9일씩 현지 체험했다. 신한금융그룹.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항공이 비용과 항공권을 후원했다.

오슬로=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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