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회는 지루할때 찾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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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기회를 잡는 것은 필자를 포함한 모든 주식투자자의 꿈이다.

개별종목 위주 투자자는 미래에 보다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자신이 판단한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는 자산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시장 위주 투자가라면 여러 선행지표들을 사용해서 미래의 장세의 흐름을 각 업종별로 예측해 주식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사고자 노력할 것이다.

전자는 개별종목으로부터 시장의 흐름을 엮어내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고 후자는 시장 전체의 업종 흐름으로부터 개별종목을 선별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주식 종목 선정 방법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그 외 증시 투자자의 심리 상태를 읽어 주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서 매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주식시장의 심리적 변수는 너무 많기에 성공하는 자는 동물적 감각을 지닌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주식투자자들은 비록 방법론에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투자자 모두가 주식을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투자가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 아직 눈치채지 못한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분석한다. 특히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이슈가 터졌을 때 투자가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매우 분주해진다.

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과거 주가지수의 주 단위, 혹은 월 단위 차트를 살펴보자. 가능하다면 기업들의 평균 이익선 차트도 함께 보자. 주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었던 꿈같은 지나간 기회들이 보일 것이다. 차트를 보았을 때 그 지나갔던 기회들의 시점을 몇 일 몇 시 몇 분 단위로 나누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기회는 점(點)이 아니라 면(面)이다.

주식시장에서 장기적인 기회는 하루 이틀 반짝 오는 것이 아니라 길게 찾아오는 것이다. 짧으면 한 달, 길면 몇 년 동안 지속되는 것이 바로 주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이다. 굳이 저점의 순간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한 발 물러서서 보면 기회가 점이 아닌 면으로 되어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탓인지 최근 투자자들은 기회를 점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루할 때는 잠을 자고 커다란 이슈가 있을 때 매수, 매도를 반복한다.

그러나 지루한 시기야말로 장기적인 기회 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커다란 이슈가 있는 순간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서로 흥분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분에게 지금 보이는 매수, 매도의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회는 내일도, 다음달에도,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어야 한다. 느긋하게 움직이고 스스로의 인내심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분할 매수와 분할 매도를 사용하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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