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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열차 여행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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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정보다-. 특히 여행가들의 체험담은 살아있는 정보다. 프리미엄은 감성 여행가로 손꼽히는 석금경(캐런)씨의 여행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여행의 백미는 현지인들과의 직접적 만남이다. 패키지 여행은 이러한 만남에 한계가 있으나 개별여행은 잘만 하면 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야간 열차여행이 가장 적당한 아이템이다. 그러나 다른 인종들이 한 공간에서 잠을 청하고 몇 시간을 의지하며 목적지까지 여행한다는 것이 막상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과 위아래 칸막이 침대에서 밤새도록 여행한다는 것은 적이 부담스럽다.

몇 년 전 상해에서 북경행 야간열차를 탔던 기억이 생생하다. 중국의 야간열차는 유럽과는 사뭇 다르다. 상해역 대합실에 도착한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어터질 듯한 인파에 놀랐고 대합실 의자에 있는 그들의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 그 숱한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앉아 느긋하게 일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만만디'의 나라라는 말이 실감나게 전해져 왔다. 꾸벅꾸벅 조는 할머니와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엄마, 끊임없이 떠들어대지만 노곤한 사람들의 소음이 대합실을 가득 메웠다. 지루함과 복잡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나름의 질서가 깃들어 있음이 느껴졌다. 열차가 도착했다. 겨우 열차칸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프면서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럽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막힌 공간으로 들어서면서 공기가 탁한 까닭인 듯했다. 4인이 함께 쓰는 침대 칸에선 할머니·할아버지를 포함한 4명의 중국 가족들이 만찬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들어서자 따뜻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참 특이한 가족이었다. 다른 칸에 탄 식구를 포함해 10명 한가족이 한달간 중국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오랜 여행한 피곤함을 잊은 채 밤새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발랄하고 생기 넘치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끊임없이 먹을 것을 권하던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응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나는 달고 맛있는 녹차에 의지해 침대칸 2층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누워서 보니 옆 침대칸 사람 뿐 아니라 역무원도 오가며 가져온 것을 풀어놓고 먹는가 하면 밤새 얘기를 나누곤 했다. 이방인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 야간열차 여행은 내게 중국인의 또 다른 참모습을 각인시켰다.

◇캐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
-하와이대학 관광경영대학원 석사
-한양대 관광대학원 박사과정
-현 ㈜에스에이여행앤유학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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