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파형 달라 "인공폭발" 관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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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지진파(上)는 지질 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에 파형이 복잡하다. 그러나 핵실험 때 나오는 지진파는 1998년 5월 파키스탄 핵실험 때(中)처럼 비교적 단순하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강원도 간성 지진관측소가 잡은 북한 핵실험 추정 지진파(下)의 경우도 자연 지진파에 비해 단순한 것이 특징이다.

9일 오전 10시35분11초. 대전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상황판. 고교 교실 뒤쪽 전체 벽면 크기인 전자 상황판에 북한 함경북도 화대 쪽에서 지진연구센터로 일직선이 그어지면서 지진 발생 사실이 떴다. 규모는 3.3~3.9. 그와 동시에 지진연구센터 주요 연구원과 기상청 등 지진 연구자의 휴대전화로 지진 발생 지점과 시각.규모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우리나라에 규모 2.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관련자들에게 메시지가 전송되도록 구축해 놓은 일종의 자동 경보시스템이 가동된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예고 이후 지진연구센터는 비상근무 상태였다. 즉각 관련 연구자들이 지진연구센터에 모였다. 지진 계측기에 나타난 파형을 살펴본 연구원들은 대규모 인공 폭발로 발생한 지진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초대형 화약 폭발 사고가 아니라면 그런 폭발력을 가질 것은 핵실험밖에 없다. 규모 3.9의 인공 지진은 거의 1000t의 다이너마이트를 한꺼번에 터뜨려야 나타나는 강도다.

지진연구센터 이희일 박사는 "지진 파형을 보자마자 정황상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인공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연구자들이 즉각 정밀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진연구센터에 파견 나와 있는 국방부 관계자들도 즉시 군 정보 라인을 통해 보고했다. 핵실험 여부를 가장 먼저 파악하는 길은 지진파를 관측하는 것이다. 핵실험 추정 위치에서 지진센터까지는 약 600㎞ 거리다. 지진파가 발생한 지점에서 지진연구센터 계측기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1분 정도 걸린다. 핵실험 지진파는 자연지진과는 달리 복잡하지 않다(사진 참조). '꽝'하고 터진 뒤 잠잠하기 때문이다. 또 핵실험 지진파의 특징은 높은 주파수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높은 주파수가 많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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