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날의 상처 아물지도 않았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맨 앞줄 가운데)이 9일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 23주기를 맞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내 아웅산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9일 오전 8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는 미얀마(옛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로 순국한 17명에 대한 23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기 2시간 여 전이어서 행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추모 행사에는 유엔 사무총장 내정자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유명환 제1, 이규형 제2차관 등 외교부 직원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25분 만에 끝났다. 해마다 10월 9일이면 외교부 고위당국자들은 이 곳을 찾아 선배 외교관과 정부 요인들을 추모해왔다.

반 장관은 참배 후 "사건 당시 나는 고 이범석 장관 보좌관을 마치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 연수 중이었는데 사건 소식을 듣고 집에서 얼마나 울었는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범석 장관 묘역 앞에서 반 장관의 표정은 무척이나 착잡해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고 이범석 장관의 사위인 조태용 외교부 북미국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1980년 외교부에 입부한 조 국장은 동남아과에 근무하던 중 이 장관의 딸(이진영씨)과 결혼했다. 아웅산 사건 이듬해 태어난 큰 아들(원상)은 22세의 청년이 됐다.

조 국장은 "가족들과는 7일 묘역을 찾아 별도로 헌화했다"며 "오늘을 맞는 감회를 어찌 말로 다 하겠느냐"고 숙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 국장은 2004년 2월부터 올 2월까지 6자회담 우리 측 차석대표인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맡아 지난해 9.19 공동성명을 만들어 내는데 주요 역할을 했었다.

추규호 외교부 대변인은 "아웅산 테러가 발생한 지 만 23년 되는 날 북한이 핵실험을 해 무척이나 착잡하다"며 "북한이 정상적인 국제사회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은 1983년 10월9일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있는 아웅산 묘소에서 한국의 정부 요인, 외교사절과 취재기자 등이 북한 테러리스트에게 폭발물 테러를 당해 17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은 참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얀마는 북한과 국교를 단절했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