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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탄 여 김빼는 야(주말정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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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좀 올라간 인기 내치로 연결 민자/일방독주 불만… “국회서 보자” 평민
정부와 민자당은 노태우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몰고온 북방바람을 내치와 연결시키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이에대해 야당측도 이 바람의 동향에 주목하고 있어 정가도 북방바람을 타고 있다.
3당합당이후 줄곧 바닥세를 면치 못하던 민자당의 주가가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회복세를 보이자 합당 명분과도 일치하는 북방바람을 내치로까지 연결시켜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히 보장받겠다는 생각인데 야당쪽에서는 한소 정상회담 자체는 긍정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론 김빼기작전도 구상중이다.
○…민자당의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은 『88올림픽같이 민족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들을 내치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당차원의 후속조치를 독려중이다.
노대통령도 직접 9일 아침 3부요인을 청와대로 불러 북방바람의 내치 연결에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11일엔 임시국무회의에 이어 영빈관에서 당무위원을 모두 불러 당정협의를 갖고 대대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할 예정.
민자당이 마련하고 있는 후속조치는 ▲북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남북 관계개선에까지 이르고 ▲경제등 민생안정을 꾀하고 ▲대야관계를 재정립해 정치일정을 원활히 끌어나가자는 등 세가지.
민자당은 민주계의 주도로 당내에 북방정책특위를 신설,사회주의권과의 교류확대에 당이 주도할 태세다.
특히 북방정책 특유의 신설에 대해 민정ㆍ공화계에서는 당내 평화통일특위와의 업무중복을 지적,이의를 제기했으나 『아직까지 정상적 외교루트보다 비공식루트로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민주계의 주장에 따라 구성.
민주계는 또 이와함께 국가보안법등 개혁입법과 남북 군축문제도 과감하게 나설 것을 요구하고 민정ㆍ공화계의 부정적 태도에 대해 『아직도 우리 당에 냉전논리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다』고 비난하는등 적극적.
이런 후속조치를 둘러싸고 김윤환정무장관은 『외치를 내치로 연결시키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당내 단합』이라며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러갈래 모임을 갖는등 계파간의 다른 목소리를 한 방향으로 모으기에 부심.
또 내치의 한 중요한 부분이 경제안정이라는 데는 3계파의 의견이 일치.
현재 증권시장이나 부동산 투기근절은 상당히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수출부진과 수입급증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통화량 증가에 따른 물가불안요인이 여전히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것.
○…외치→내치확산의 가장 큰 노림수는 대야 협조체제 구축과 정치일정의 가시화.
여권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여야영수회담을 중요한 고비로 생각하고 대야협상안 마련에 고심중.
김윤환정무장관도 『잠을 못자고 그림을 그리지만 양보할 것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는데 그만큼 평민당의 입장이 곤혹스럽고 이에따라 외치의 내치연결이라는 여권의 행보를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
여권은 평민당에 대한 정치적 파트너로서의 인정과 북방바람에의 편승요청으로 일단 평민당의 적극적 반발은 무마할 것으로 전망.
특히 일부에서는 김대중 평민당총재에게 북방외교상 초당외교적인 특정역할을 분담해 줌으로써 정치적 협조를 당부할 것이란 추측도 내놓고 있어 주목.
○…정상외교에 대한 국민적 호응을 의식,전례없이 긍정적 평가를 보내며 지켜보던 평민당은 더이상 여권의 독주를 관전만은 할 수 없다며 벼르는 중.
3당통합ㆍ야권통합론으로 계속 밀리다가 북방외교에서 완전히 뒷전으로 처지면 설 땅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감도 크게 작용,우선 정상회담의 외교적 성과를 내치로 연결시키려는 여권의 시도를 초반부터 차단하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대중총재등 당관계자들이 한소 정상회담을 「냉전관계를 청산,긴장완화를 가져온 사건」이라고까지 치켜세우면서도 『어차피 세계사적 대세에 따라 당연한 일』 『회담 성사도 좋지만 저자세 졸속은 피해야 했다』고 당하는 것도 이런 맥락.
노태우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ㆍ워싱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6일 김대중총재가 『초당외교를 한다면서 상의조차 없이 모욕을 가했다』며 『이런 자세가 시정안된다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평가절하와 함께 견제용 포석.
또 7일 국민연합ㆍ민주당 등과 함께 이문옥감사관 석방촉구 결의대회를 거창하게 연 것도 정상회담 희석에 야당측의 속셈이 맞아떨어지기 때문.
『올림픽 잘 치렀다고 했지만 내정이 엉망이니 며칠 가더냐』는 평민당의 김빼기작전은 노­김회담과 6월 임시국회를 그 호기로 삼고 있으며 물가ㆍ부동산ㆍ민생치안문제 등 국민의 피부에 닿는 사안을 갖고 총체적 난국을 다시 부각시킬 작정이다.
3당통합 취소촉구를 위한 1천만명 서명운동과 의원직 총사퇴ㆍ총선실시 등을 내걸고 있는 평민당으로서는 일단 일반의 관심사가 될 이들 문제로 들뜬 분위기를 잠재운 뒤 여권에서 흘러나온 내각책임제 개헌저지 및 지자제 즉각실시 주장 등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탈환해 보겠다는 구상.
이밖에 지난 6일 김총재가 공언한 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 개정및 광주보상법처리 상임위원장 할당등도 활용가치가 높은 호재들로 보고 있으며 김총재는 겉으로는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의 다짐을 받은 뒤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잘될 게 별로 없다」는 내심속에 일전불사의 전의를 돋우고 있는 참이다.<김현일ㆍ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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