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핵 실험 한다면 언제 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이 예고한 핵실험을 둘러싸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그중에는 핵실험 횟수를 두세 차례 실시할 것이란 예상이 유력하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체제의 명운을 걸고 시도하는 만큼 다양한 종류의 핵탄두 개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핵실험 시기에 대해선 이르면 10일, 늦으면 내년 2월까지로 보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 핵실험 횟수는=북한은 여러 종류의 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를 동시에 개발하기 위해 수차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는 1998년 5월 11일, 13일에 실시한 핵실험에서 5종의 핵탄두를 지하에서 터뜨렸다. 11일에는 폭발 규모 43KT(1KT=TNT 1000t의 폭발력)급 수소폭탄, 12KT급 원자폭탄, 0.2KT급인 소형 핵탄두를 실험했다. 13일에는 1KT급 이하의 소형 핵탄두 2발을 실험했다. 인도에 맞서 파키스탄도 같은 해 5월 28일 5개의 핵탄두를 동시에 폭발시켰다. 25~36KT급과 12KT급, 1KT급 이하의 소형 핵탄두 3개 등이다.

핵실험을 처음 하는 북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무기는 핵물질로 플루토늄을 사용한다. 우라늄탄(彈) 개발 의혹이 한때 제기됐음을 감안할 때 북한은 플루토늄 원자탄과 우라늄 원자탄을 동시에 실험할 수 있다. 플루토늄은 북한 영변의 5MWe급 제1원자로에서 빼낸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했다. 우라늄은 북한이 파키스탄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제공하고 칸 박사로부터 전수받은 우라늄 농축 기술과 장비로 생산했을 수 있다.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에 배치해 놓고 있다. 대포동1호.노동.스커드 미사일에 맞는 핵탄두를 각각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이들 미사일의 크기와 형태에 맞는 핵탄두에 대해 각기 다른 핵실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 세 가지 종류의 탄도미사일(스커드.노동.대포동) 탄두를 조합한 경우의 수(數)를 감안하면 핵실험 횟수는 적어도 두세 차례가 될 수 있다. 또 북한이 파키스탄의 기술 지원을 받아 폭발력 1KT 이하의 소형 핵탄두까지 제조했을 경우엔 더 많은 핵실험이 필요하다.

◆ 핵실험 시기와 장소는=앞으로 한 달 이내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10일부터 11월 7일 이전이다. 10일은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다. 11월 7일은 미국의 중간선거일이다. 대내외적인 과시 효과를 감안한다면 김 위원장이 강행 지시를 내릴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당시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춘 바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내년 2월 강행설'을 내놓는다. 그 근거로 북한이 미국의 협상 태도를 지켜보는 기간을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하고 북.미 양자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선 최소한 3개월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북측은 핵실험 카드를 활용해 '암중모색' 단계를 거친 다음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유력한 시기로는 내년 2월 16일(김정일의 생일) 전후가 손꼽힌다.

핵실험 후보 지역으로는 한.미 정보당국이 유력 후보지로 지목한 함북 길주군 만탑산을 비롯해 5~6곳이 떠오른다. 함북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자강도 시중군 무명산 계곡과 평북 천마군 천마산 등이다. 산악 지대에 있는 기존의 갱도 또는 별도의 수직 갱도를 굴착해 핵실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들 지역에서 할 것처럼 위장 전술을 펴면서 폐광 지역 등 전혀 뜻밖의 장소를 고를 수도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