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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어린이 천식 극복 위한 전문가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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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린이 천식은 환자와 부모에게 극심한 안타까움과 좌절감을 안긴다. 쌕쌕거리면서 힘들게 숨을 쉬거나 기침을 쉴 새 없이 하는 증상도 안쓰럽다. 지난달 26일 서울 코엑스에선 한림대와 미국 컬럼비아대.코넬대가 공동 주관한 '소아 천식' 주제의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컬럼비아대 로버트 멜린스(소아과.사진(中)) 교수와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이혜란(左)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김규언(右) 교수가 만나 답답한 부모를 위한 어린이 천식 극복 가이드를 제시했다.

◆ 비만을 해결해라=우리나라 어린이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천식 환자다. 1980년에 비해 세 배나 증가했다. 집먼지 진드기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급증하는 데다 공해와 분유.패스트푸드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중 눈에 띠는 것이 천식과 비만의 관련성. 멜린스 교수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비만아와 천식 환자 증가는 깊은 상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만(특히 상체 비만)한 어린이는 움직임.운동량이 적어 폐활량이 떨어진다"며 "천식 예방.완화를 위해선 살부터 빼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교육을 강화하라=멜린스 교수는 "환자 교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의료비용을 11달러 아낄 수 있을 정도로 교육 효과가 가장 분명한 질병"이라고 지적했다. '천식은 어떤 병이고, 왜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를 환자와 가족에게 알려 치료 동기를 유발시키자는 것.

어린이에겐 치료를 잘 받으면 즉각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나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예컨대 축구를 좋아하는 천식 어린이에겐 "천식약을 미리 먹으면 달릴 때 숨쉬기가 훨씬 편하다"고 가르친다.

교육은 테니스 코치가 하듯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천식 어린이는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애완동물.패스트푸드.알레르기 유발 식품.흡연 등)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것. 학교에서 청소할 때는 비질 대신 걸레질.유리창 청소를 하라는 '단순한' 내용도 한두 번 가르쳐선 실천하지 않는다. 천식의 증상 완화, 치료 지침을 늘 휴대하도록 지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천식약(스테로이드제) 복용 요령 교육을 철저히 받으면 약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선 흡입용보다 경구용 약을 훨씬 많이 복용한다"며 "이런 이유로 스테로이드를 더 많이 복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적극적으로 생각하라=부모 입장에서 천식 자녀에게 운동을 권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일단 또래 친구들과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이상이 있으면 나중에 상담하는 것이 순서"라고 조언했다. 운동은 폐활량을 향상시켜 천식 발작이 왔을 때 견디는 힘을 높여 준다. 운동 전에 천식약을 흡입(또는 복용)하면 서너 시간 운동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

적당한 운동으론 수영이 추천됐다. 습기가 적당한 실내 운동이어서 천식 유발 가능성이 적다는 것. 그러나 지하에서 운동하는 것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멜린스 교수는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제키 조이너 커시도 천식 환자였다"고 거들었다.

다행히도 어린이 천식은 성인이 된 뒤에 생긴 천식에 비해 치료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 교수는 "어린이 천식은 대부분 알레르기로 인해 유발되는데 이런 천식엔 약발이 잘 먹힌다"며 "자라면서 기도가 커지는 것도 천식 증상이 완화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어린이가 천식이 있어도 제대로 치료만 받으면 100% 정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세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이들은 "천식 어린이 중 상태가 심해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어린이는 8%에 불과하므로 자신감을 갖고 치료에 임하라"고 충고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어린이 천식 이렇게 극복하자

(1) 어린이 천식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일단 기도가 변형되면 정상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

(2) 당뇨병 환자가 정기적으로 혈당을 재듯 최대 호기 속도기로 하루 1~3회 측정한다.

(3)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적극 퇴치한다. 우리 나라 가구 중 80% 가량이 집먼지 진드기에 노출돼 있다.

(4) 천식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한다.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경우가 50%에 달한다.

(5) 발작 증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응급 치료법과 긴급 연락처를 알아 둔다.

(6) 가을엔 돼지풀 등 잡초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된 원인이므로 시골로 놀러 가는 야외활동을 줄인다.

(7)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와 항류코트리엔제는 안전하고 성장 부진 등 부작용이 없으므로 기피하지 말자.

(8) 천식 어린이에게 치료 동기를 유발하는 데는 '가까운 보상'(즉각적인 보상)이 '먼 보상'보다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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