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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반도 악수/연쇄 정상회담 무엇을 얻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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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와 우호 재확인/소와 탈냉전 화해/일과 과거사 정리/북한,개방외압에 위기 느낄 수도/대소 경협속도가 문제/통일 분위기는 만든 셈
노태우대통령은 2주전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를 정리한 데 이어 한소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역사의 새 출발을,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역사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그 중에도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은 「탈냉전의 상징성」을 극대화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노대통령이 한소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소 양국관계의 증진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이룩하는 데 새로운 이정표』라고 평가했듯이 80년대 중반이후 미소간,그리고 유럽에서 조성되고 있는 신 데탕트 분위기를 아시아로 확대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같은 분위기가 궁극적으로 북한을 개방시켜 우리의 목표인 평화적 남북통일로 가는 길을 개척하는 기회를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동서독이 동구의 개방물결에 힘입어 2+4(동서독과 미 소 영 불) 통일정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와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반도는 아직 그 전단계에 불과하지만 소련을 한반도 평화구도에 끌어들임으로써 그 전망은 훨씬 밝아졌다.
아직 중국이 움직이지 않고 북한이 폐쇄를 고집하고 있어 마지막 분단지역인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좀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의 속도에 따라서는 통일의 분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 성숙될 수도 있다.
물론 소련측이 한국에 요구하는 반대급부로서의 경제협력문제가 장래의 과제로 남아있지만 한국으로서도 자원과 시장확보라는 장기적 안목에서 소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이해관계는 조정하기에 따라 상당히 생산적일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속도라 할 수 있다. 한소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로 확인하고 부시 미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원을 약속한 북한의 개방화가 과연 언제쯤 실현될 수 있느냐다.
아울러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우려는 해결돼야 할 중요과제다.
부시 미대통령은 미소 정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에게 북한의 핵안전협정 가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노대통령 또한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거론,고르바초프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 약속을 받아냈다.
군비축소 역시 문제다. 이미 미소간,그리고 유럽에서의 동서간 군비축소문제는 핵전략의 30% 감축공약등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지만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는 아직 초입단계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1백만명이상의 전투병력과 최신예 무기가 밀집해 있는 휴전선 일대는 지금도 전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잠재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부시 미대통령이 노대통령에게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대북한 정책추진에 있어서 한국과 긴밀한 협조를 약속한 것은 우리에겐 고무적인 환경조성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미국은 한소관계의 진전과 미·북한 관계개선을 연결시킬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소의 데탕트분위기나 한소관계 급진전,그리고 한미의 결속강화가 북한에 더욱 고립감을 느끼게 하거나 위기감을 갖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부시 미대통령은 바로 이점을 고르바초프대통령과 노대통령에게 지적했다.
결국 노대통령의 미·소·일 정상과의 연쇄회담은 ▲동북아 평화구도의 전환점 마련 ▲한반도평화와 안정 방안제시 ▲평화통일 발판 구축 ▲한소관계의 새로운 역사개막 등 네가지로 의미를 압축할 수 있겠다.【워싱턴=이규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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