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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스 끝내기포 승부 다시 안개 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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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의 붉은 섬광과 창공에 파열하는 폭탄(And the rockets'red glare, the bombs bursting in air)'.

미국 국가(國歌) '성조기여 영원하라(Star spangled banner)'의 다섯째 구절은 올해 월드시리즈 4차전을 예고하며 지어진 가사 같았다.

메이저리그 은퇴를 앞두고 최후의 선발로 나선 '로켓'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의 마지막 불꽃, 숨막히던 연장 12회말 짜릿한 파열음과 함께 창공을 가른 알렉스 곤살레스(플로리다 말린스)의 대포 같은 끝내기 홈런.

이 두가지만으로도 23일(한국시간) 벌어진 '가을의 고전' 월드시리즈는 또 하나의 명품(名品)이 되기에 충분했다.

플로리다 말린스가 연장 12회 접전 끝에 뉴욕 양키스를 4-3으로 꺾고 월드시리즈 승부의 균형을 2승2패로 맞췄다. 말린스는 23일 홈구장 프로 플레이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구원투수진의 호투와 곤살레스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가사(歌詞)보다 더 극적인 승부였다. '살아있는 전설' 로저 클레멘스는 자신의 마지막 선발에서 7이닝 동안 3실점으로 호투했다. 클레멘스는 7회말 말린스의 마지막 타자 루이스 카스티요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로켓'의 마지막 불꽃은 화려했다. 투구를 마친 뒤 3루쪽 양키스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가 열화 같은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커튼 콜'에 응했다. 경기는 잠시 중단됐지만 그가 써놓은 '역사'는 영원히 팬들의 가슴에 남으리라.

양키스는 9회초 2사 후까지 1-3으로 뒤지다 대타 루벤 시에라의 극적인 동점 3루타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또 한번 양키스의 뒷심이 승부를 뒤집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양키스 불펜의 '마지막 승부사' 마리아노 리베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양키스는 동점을 만든 뒤 10회말을 호세 콘트레라스에게 맡겼고 11회부터는 제프 위버를 기용했다.

말린스는 11회초 1사 만루의 실점 위기를 넘겼다. 브랜든 루퍼의 위력적인 빠른 공이 빛났다. 말린스의 1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알렉스 곤살레스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몸쪽에서 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를 힘차게 걷어올렸다. 타구를 쫓던 양키스 좌익수 마쓰이 히데키는 담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끝내기 홈런. 말린스가 4-3으로 이겼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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