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명명식 '스폰서'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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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명명식에서는 노조위원장 부인이 콘티사로부터 주문받은 4300TEU 컨테이너선의 선박명명식에서 스폰서를 맡았다. 노사분규 없이 생산활동에 매진해 선박 인도를 앞당겨 해 준데 대한 선주측의 감사표시였다.

그러나 선박 스폰서를 노조위원장 부인이 맡는 일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다. 대부분 선주의 부인이나 딸, 선주회사 여성 고위 관계자 등이 하는 관례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경우 조수호 회장 부인 최은영씨 등 선주가족들이 스폰서를 주로 맡아 왔다.

최근 조선업체들이 건조해 인도하는 선박수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명명식과 스폰서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레 일고 있다. 왜 여성들이 스폰서로 나서 명명식을 진행할까 하는 것이다.

명명식은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한 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행하는 의식으로 배는 이름을 짓기 전까지는 통상적으로 선체 번호(Hull Number)로 불리다가 명명식을 한 이후부터 선박은 제 이름을 갖는다.

앞서 언급했든 명명식에서는 대개 선주측의 여성이 나와 새로 만들어진 배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례이며 19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참석한 이후, 오늘날까지 세계 각국에서 주요 선박의 명명식에서 여성이 스폰서를 맡고 있다. 유일하게 예외지역이 있다면 여성의 사회진출을 금기시하는 중동지역으로 남성들이 스폰서를 담당한다.

선박에 대한 명명식의 기원은 다양한데, 북유럽 바이킹족이 활동하던 중세 초 선박을 새로 건조하게 되면 바다의 신에게 배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의 일환으로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은 이러한 풍습에다 근세에 기독교의 세례 의식이 접목돼 선박이 건조된 뒤 샴페인을 터뜨려 축복을 기원하는 행사로 변천됐다는 것이다. 즉 명명식에서 뱃머리에 샴페인 병을 힘껏 부딪쳐 깨는데 이는 기독교에서 물로 세례를 주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는 얘기다.

이때 선박의 명명에 여성이 깊게 관여하는 이유는 배가 여성으로 간주되기 때문으로 세례 의식처럼 남성의 대부는 남성이, 여성의 대모는 같은 여성이 맡게 되어있어 "여성"인 선박의 명명도 대모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선박 진수식의 또 다른 핵심은 여자 주빈이 마지막으로 선박과 명명식장간에 연결된 밧줄을 도끼로 절단하는 순간인데, 이는 아기가 태어날 때 어머니와 아기사이에 연결된 탯줄을 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회자되는 특별한 스폰서의 주인공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대우조선해양이 올 5월11일 3만8000CBM급 LPG선 명명식에서 벨기에 여성선장 1호로 알려진 이블린 록거 씨가 스폰서로 나섰다. 또 지난 6월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9100TEC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에는 선박 운용사인 스위스 MSC사 간부의 두살박이 딸 이네스 아고스티넬리(Ines Agostinelli)양이 스폰서를 맡았다.

현대상선의 경우 주로 정치인, 관료 등의 부인을 스폰서로 삼아 화제가 됐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조선 '유니버설퀸'호 명명식에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스폰서를 맡았으며 2000년 3월에는 당시 이항규 해양수산부 장관 부인 이영우 여사가 LNG선 현대아쿠아피아호의 스폰서를 맡았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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