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주인공·연출자″맞수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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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방송 드라마의 대가인 김수현씨의 저력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그녀의 마지막 야심작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는 MBC-TV의 『배반의 장미』는 그 진맛이 살아날 즈음 KBS사태가 겹쳐 시청률을 완전히 독식하게됐다.
이같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여건에서 라이벌 작가인 홍승연씨의 도전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고두심씨의 「잘났어 정말」로 대표되는 『사랑의 굴레』가 대성공하면서 또 하나의 최고 인기작가 대열에 오른 홍씨가 새드라마 『꽃피고 새 울면』으로 가하는 위협은 『배반의 장미』제작진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를 의식한듯 최근 『배반의 장미』의 전개는 식물인간에서 완전히 회복한 남성훈이 예상대로 농밀한 갈등을 일으키며 드라마 전면에 등장, 이미 확보한 시청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전럭투구하는 형국이다.
이 두 드라마의 대결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작가들 때문만이 아니다. 비극의 원인이 되는 삼각관계를 주인공들에게 숙명적 조건으로 부여하고있다는 상황설정부터 홉사하고 이를 개성있고 특출난 주인공들이 헤쳐나간다는 스토리구성 또한 비슷하다.
이야기의 시초가 되는 한쌍의 남녀 주인공 사이에 비극의 불씨인 삼각관계를 이루는 역할을 맡은 중견급 스타 이정길·노주현이 재벌의 총수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도 완전히 겹치는 점이다. 두 작가의 막강한 영향력에 의해 주인공들의 배역이 결정돼 주말연속극의「단골손님」들로만 캐스팅이 이뤄졌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연출자들이두 작가와 오랜 콤비로서 호흡을 맞춰온 곽영범·염현섭PD라는 사실마저도 일치한다.
다만 작가 홍씨가 밝힌대로 『맬러드라마에 으레 붙게 되는 자극적이고 현학적인 제목을 피하고 소박하지만 순수하고 풋풋한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꽃피고 새울면」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부분만 『배반의 강미』와 대비되고 있다.
두 드라마의 이같은 유사점은 지금까지 TV드라마제작에 있어서 새로운 영역개척이나 실험적인 시도가 거의 없었고, 어떤 혁신적인 내용이든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또 전체적인 드라마 내용은 대부분 시청자들이 예상하는대로 진행돼 주말연속극을 즐기지 않는 시청자들은 계속 외면할수 밖에 없게만들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그러나 이 두 드라마가 전형적인 멜러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과는 무관하게 주말 저녁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하고 있다. 그 원인은 아무래도 두 작가의 역량에 가장 많이 돌려져야할 듯 싶다. 치밀한 구성에 의한 발빠른 전개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화려하고도 적확한 대사 및 이른바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채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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