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불어사는 “나눔의 장터”/가난한이웃에 활짝열린 성남 「화목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옷가지ㆍ가전품등 가득 쌓아놔/영세민이면 두개씩 골라 가져/공무원들 뜻모아 개장 앞장/여성ㆍ종교단체등 적극 호응/“이렇게 고운 한복 입게되다니…”할머니 감격
다소 헐었지만 잘 손질된 옷,윤이 반짝나게 깨끗이 닦여진 가전제품들.
어느 것 하나 사랑과 정성의 손길이 닿지않은 것이 없다.
평소 갖고싶었던 꼭 필요한 물건 2개씩을 고르는 할머니ㆍ아주머니들의 얼굴에 모처럼 행복감이 번진다.
성남시 단대동 옛 시장관사자리.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나눔의 장터」가 선다.
시장관사 69평내부의 방마다 아직은 쓸만한 가지각색 옷가지,새것같은 가전제품,책,가구 등 일용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호객도,흥정도 없다.
성남에 사는 영세민이라면 누구나 다 마음에 드는 물품 2개씩을 골라 가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은 이 때문에 이나눔의 장터 「화목시장」을 이제는 더불어 사는 삶을 확인하는 「화목 시장」이라 부른다.
화목시장이 열리게 된 것은 성남시 관계 공무원들이 『더불어 사는 내고장을 만들자』는 뜻을 모아 자신들이 쓰던 물건을 하나 둘씩 가져와 영세민 이웃돕기에 나서면서 부터.
새것은 아니지만 깨끗이 세탁하고 정성들여 손질,마음의 선물을 마련한 것이다.
4월23일부터 27일까지 1천8백여명의 공무원들이 1단계로 모은 것은 의류 3천7백점.
이같은 뜻이 전해지자 관내 72개 여성단체ㆍ종교단체ㆍ사회단체들의 정성이 줄을 이어 가전제품ㆍ가구 등 각종 중고품 1만1천7백20여점이 순식간에 쌓였다.
온정어린 물건들이 이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맞이하게 된것은 지난달 10일. 성남시장도 이같은 뜻을 적극 도와 영세민들의 임대아파트를 짓기위해 내놓은 시장관사를 「나눔의 장터」로 쓰도록 했다.
화목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3백여명의 영세민 이웃이 찾아왔다.
『이렇게 고운 한복을 입게 되다니 정말 꿈만같다』는 단대동 박덕자할머니(81)는 시집올때 입어보았던 갑사 치마ㆍ저고리 한벌을 골라 『손자며느리에게 주겠다』며 오랜만에 얼굴에 환한 웃음을 떠올렸다.
아끼던 한복을 선뜻 내놓은뒤 누가 새주인이 되려나 진열대 옆에서 궁금해하던 김용숙양(26ㆍ시청 문화공보실)은 『제옷을 고른후 기뻐하시는 할머니를 보니 오히려 자신이 더 기뻤다』며 『콩 한조각도 나누어 먹고 이웃과 더불이 사는 기쁨을 이젠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고 스스로 대견해했다.
지난달 28일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열린 화목시장을 찾은 이웃들은 모두 3천2백명. 옷가지 등 9천5백여점이 새주인을 찾아 떠나갔다.
그동안 「사랑의 판매원」으로 성남시 6급이상 공무원 부인 2백80여명이 모여 구성한 녹지회회원들과 9개단체 회원 6백90명이 자원봉사를 맡았었다.
『앞으로는 자신보다 더욱 불우한 이웃을 돕기위해 영세민들에게 물건 값으로 5백원씩을 받겠다』는 성남시 김석영보사국장(53)은 『이를 통해 정의 끊임없는 순환을 이룩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소비는 결국 이기주의의 소산」이라 여기는 회원들의 노력으로 성남시 나눔의 장터에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들의 밝은 웃음이 끊임없이 피어나는 것이다.<성남=김영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