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한반도 변화」 순응 불가피/한ㆍ소 접근이후… 폐쇄빗장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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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전방위 우위체제 눈앞에/선전차원 대화로 「고립」 지킬 듯
노태우ㆍ고르바초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한소 관계정상화는 남북한관계에도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소수교는 우선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대북한 전방위 우위체제구축에 매우 가깝게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70년대에 경제력에서 대북우위를 이루었으며 80년대에는 문민통치와 민주화를 실현,체제면에서 북한의 시빗거리를 줄였다.
90년에 들어선 북방정책이 결실을 맺어 동구권과의 수교에 이어 소련과도 관계정상화를 실현하고 이를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진전도 앞당겨질 전망이고 보면 외교면에서도 압도적 우위에 서게 됐다.
군사력면에서도 90년대 중반에는 대등해질 것이며 압도적 경제력을 바탕으로 90년대말까지는 북한이 넘볼 수 없는 군사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해서 북한에 대해 전방위 우위체제를 다져 북한이 혁명선동을 통한 대남통일전선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특히 한소수교는 그동한 북한이 거부해 왔던 「한반도내 두개국가」 「남북한교차승인」이 사실상 현실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유엔가입도 매우 가까운 장래로 다가서 북한으로서는 커다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소련은 우리와 수교하는 이상 우리의 가입을 찬성하게 될 것이고 중국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중 유일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한소 정상회담 실현에 따라 우리나라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소련은 이미 지난 4월 외무부 고위당국자가 『우리는 남북한 모두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남북한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워싱턴에서 발표한 바 있다.
소련과 어느정도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자신들의 첨예한 이해가 걸린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방법으로 한국과 상당한 정도의 관계진전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우선 한소관계 급진전에 심정적으로 상당히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미 지난 4월 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의 소련방문에 관한 논평에서 『만약 소련이 남조선과 외교관계를 수립한다면 그것은 조선에 두개 국가의 존재를 법적으로 승인하고 분단상태를 더욱 고착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한소 정상회담이 알려진 지난 31일에도 북한은 『정상회담이 실현된다면 이것은 한반도의 분열을 고착시키는 문제와 관련되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될 것』이라고 평양방송을 통해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소의존도는 경제ㆍ기술ㆍ군사면에서 특히 두드러지기 때문에 반발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고 변화한 상황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5월 들어 소련과 북한군의 고위대표단이 상호방문하고 양국간의 합작사업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이같은 구조적 측면을 반영한다.
김일성체제를 소련이 모스크바 방송등을 통해 비판하고 있고 이를 이유로 최근 타스통신기자를 추방하기까지 했지만 군사동맹관계와 경제협력은 여전히 유지되리라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도 소련이 남북대화진전과 북한의 개방ㆍ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 커다란 압력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한소 정상회담발표 수시간만에 평양방송을 통해 중단상태에 있는 각종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성의를 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미소정상회담ㆍ한소정상회담에서 대화재개를 촉구할 것에 미리 대비한 포석이다.
또 북한은 1일 평양방송에서 남북한 신뢰조성과 무력감축,주한미군철수 등을 담은 군축안을 제안했다.
이것은 불리한 국제환경에 대응하는 대남평화공세의 일환인 동시에 특히 소련이 한반도군축에 북한과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따른 고려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종전의 북한제안과 다른 내용은 거의 없다.
북한은 현재 체제내부정비ㆍ단속에 더 골몰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대회에서 혁명1세대와 군출신들을 중용한 것은 김일성체제의 유지ㆍ강화포석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북한을 다녀온 재미교포들은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지금의 북한사회는 개방되면 체제붕괴가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계속해서 개방과 남북교류에 응하지 않으면서 선전적차원의 남북대화만 재개,상당기간 현재의 폐쇄정책을 계속 유지하려는 배경을 이루고 있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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