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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김호선 감독 새로운 스타일 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중진 영화감독군의 대표주자감인 임권택·김호선 감독의 작품이 나란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임감독은 김두한씨의 일제하 주먹생활을 그린 『장군의 아들』을, 김감독은 어느 지식인 여성의 상처받은 내밀한 심리를 그린 『미친 사랑의 노래』를 발표한다.
『장군의 아들』이 풍운의 삶을 헤쳐가는 남자의 세계를 액션스타일로 풀어간 남성극이라면 『미친 사랑의 노래』는 한 여자의 고통스런 내면을 성을 매개로 묘사하고있다.
두 작품은 모두 두 감독이 그동안 다뤄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오락성에 상당한 비중을 둬 관심을 끈다.
임감독은 『만다라』 『씨받이』『아제아제 바라아제』등을 통해 인간에 대한 특출한 조명과 깊이있는 분석으로 구원의 세계관이란 주제를 독보적으로 구축해 왔다.
임감독은 이러한 자신의 구원관에 바탕을 두고 『장군의 아들』에서는 격렬한 삶을 꾸려가는 사나이들의 세계를 힘찬 액션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임감독이 초기 작품에서 보여줬던 오락활극과 80년대이래 추구해온 주체적 인간상을 함께 섞어 나름대로의 휴먼 액션극을 성공적으로 만들고있다.
한편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 『서울무지개』 등을 통해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를 성의 문제와 연결시켜 영상화하는데 주력해온 김호선감독은 이번 발표하는 『미친 사랑의 노래』에서는 그 맥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 전 작품에 비해서는 보다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성향에 초점을 맞춰 색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다.
김감독은 어느 평자가 썼듯이 70년대에는 생존을 성의 상품화(영자의 전성시대), 자유를 위한 성의 개방화(겨울여자)를 다뤘었고 80년대에는 출세를 위한 성의 도구화를 표현했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미친사람…』는 월남전에서 애인을 잃어버려 사랑의 완성이 불가능해진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환상 때문에 고통받고 결국 파멸에 이르는 성의 소외화를 다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장군의 아들』은 동양철학자 김용옥씨가 영화대본구성에 참여해 주목을 끈다.
김씨는 홍성유 원작의 소설을 윤삼육씨가 각색한 것에 대해 임감독이 조언을 구해 나름의 견해를 보탰다는 것이다.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 등 스케일 큰 작품과 함께 6월 극장가를 장식할 『장군의 아들』과 『미친 사랑의 노래』는 두 감독의 연출역량과 그동안의 인기도로 미뤄 일반공개가 곧 한국영화의 향방을 점쳐줄 듯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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