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여성 임시·시간제 고용 늘고있다|여성단체연합 긴급 대토론회서 드러난 고용실태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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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임시고용이나 시간제 고용등 불완전 고용이 증가하고 휴·폐업으로 인한 실직이 늘어나는 등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고용상의 문제는 「산업예비군」으로 인식돼있는 여성근로자들에게서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일터에서 내몰린 일부 여성들이 향락업소로까지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 이효재)은 「여성노동자 고용 불안정의 실상과 대책」에 대한 긴급 대토론회를 6월2일 오후3시 여성백인회관에서 갖기로 했으며, 한국여성민우회(회장 한명숙)도 6월5일 창간되는 『계간 사무직여성』에 불완전고용문제를 특집기획으로 다루는 등 여성단체들이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여성근로자들의 고용문제를 이슈화하고 나섰다.
긴급대토론회 주제발표자 중 한 사람인 전병유씨(한국사회연구소 연구원)는 『89년 상반기동안 피고용자는 67만명이 증가했으나 이중 상용인력은 26만6천명인데 비해 일용인력은 39만5천명이나 돼 비상용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경우 임시 고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신 상시 고용률은 감소율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는 것. 한국노동연구원이 집계한 89년도 1·4분기∼3·4분기 노동동향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분기별 상시고용률이 각각 5.8%→5.0%→4.9%로 완만하지만 일정 비율의 증가를 보이는데 비해 여성의 경우 반대로 임시 고용률이 8.5%→32.8%→38. 7%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10명이상 고용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부의 통계에서도 남성의 경우 상시고용률은 87년 4.9%, 88년 2.1%, 89년 1·4분기 0·5%로 계속 증가하다가 2·4분기에 들어 0.2%의 감소를 나타내고 있으나, 여성의 경우 87년 4.0% 증가를 끝으로 88년0.9%, 89년 1·4분기 4.9%, 2·4분기 5.6%의 감소를 기록, 여성고용이 불안정 상태에 있음을 드러내고있다.
사무직 여성의 경우 보험·금융업종에서 용역회사를 통한 임시고용이나 시간제고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계간 사무직여성』편집장을 맡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 한상실 간사는 『이들 업종에서 정규사원 채용을 기피하는 대신 1년계약의 임시직을 뽑거나 퇴직 여행원을 시간제로 고용하고 있으며 키펀치 등 단말기조작은 용역회사에서 인력을 빌려쓰고 있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사의 경우 작년에는 1백20명, 금년에는 60명의 퇴직 여행원을 일용직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B사의 경우 87년 노동조합 설립이후 정규여사원을 일체 채용하지 않은 대신 임시직으로 필요한 인력을 충당, 전체 여직원의 20%가 임시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불완전고용의 증가는 같은 일을 수행하고도 낮은 급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불이익이 클 뿐 아니라 신분보장이 되지 않아 「불안한 직장생활」을 할 수밖에 없어 근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씨는 지적했다.
실제로 일용직의 경우 일당 1만원을, 시간제 근무시 시간당 1천5백원의 낮은 급료를 받고 있으며 용역직의 경우 사용처가 지불한 금액의 약 25%를 용역회사의 몫으로 떼며 임시직은 상여금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경제적 불이익이 크다.
이화여대 조순경교수(여성학)는 『법으로 임시직 비율을 명시하거나 단체협약으로 임시직은 노동조합과 협의해 채용토록 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여성 스스로도 시간제 근무가 편하다는 의식을 바꿔 완전한 직장인으로서의 자세를 갖춰야하고 장기적으로는 가사노동이나 탁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대책도 강구돼야할 것으로 지적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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