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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출신으론 첫 입상 영광|전주 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 장원 이명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기대는 했습니다만 막상 큰상을 받게되니 영광스러움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전국 최대규모의 국악등용문인 제16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문에서 장원, 대통령상을 받은 이명희씨(44·여·대구시대명5동)는 영남지역 출신으로는 사상 첫 입상자여서 더욱 의의가 크다.
29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전주시와 (주)문화방송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이씨는 『춘향가』 중 춘향과 이도령이 이별하는 「오리정 이별」대목을 애조띤 소리로 열창, 장내를 가득 메운 5천여 청중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제15회 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문 차상에 올랐던 이씨는 올 대회를 목표로 지리산 칠선계곡에 들어가 실력을 갈고 닦았다.
『국악불모지인 영남출신인 제가 큰상을 받게된 것이 잘 믿어지지가 않아요.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남편에게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고 말하는 이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상주가 고향인 이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즐겨 타던 가야금 운율에서 국악에 대한 흥미를 느껴 국민학교를 마친 이듬해인 14세때(1960년)서울로가 당시 종로3가에 있던 한국정악회 김소희 명창 문하생으로 입문, 판소리와 가야금을 3년간 익혔으나 부모들의 반대로 고향에 내려갔다.
그러나 국악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못한 이씨는 틈나는 대로 판소리 여섯 마당과 춤을 익혔다.
그러던 중 82년 남편 정춘덕씨(44)가 36회 생일선물로 가야금을 사주는 바람에 이씨의 본격적인 국악수업이 시작됐다.
이씨는 김소희 명창을 다시 찾아 그동안 못 이뤘던 분야를 익히고 다듬는 한편 국악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영남지방에 국악의 뿌리를 내리는데 앞장서기도.
89년 경북지역 교수들을 주축으로 창립된 「우리 국악회」회원이자 경북대 강사인 이씨는 6월중 대구시민문화관에서 『흥보가』 완창 발표회도 가질 예정.
지난해 아깝게 차상에 그친 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이씨는 『창의 강약이 부족하고 억센 경상도 발음이 가장 큰 취약점』이라면서 그동안 경상도 사투리를 없애느라 무척 애를 썼다고 웃음지었다.

<전주〓모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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