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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술시장 개방" 화랑마다 해외 유명작가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해외미술품의 완전 수입자유화(91년)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작가들의 국내전시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최근 옵아트의 선구자 빅토르 바사렐리전(6월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독일의 목판화가 그리스하버전(31일까지 워커힐미술관), 미국의 극사실주의 화가 하워드 카노비츠전(5월15∼22일), 이탈리아의 조각가 리날도 비지전(5월16∼22일)등이 열린 데 이어 앞으로 역시 중량급 외국작가들의 전시회가 계속 마련된다.
미국의 중견조각가 마이클 맥밀런전이 6월1∼17일 국제화랑에서 열리며 팝아트의 기수로버트 라우센버그의 판화전이 30일∼6월9일 표화랑에서, 스페인의 안토니클라베 판화전이 6 월15∼31일 예성화랑에서 각각 열린다.
또 전후 코브라그룹의 대표적 작가 카렐아펠전이 7월중 갤러리 블루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탈리아의 추상조각가 아날도 포모도르전도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의 외국작가전시회가 대부분 국내 화랑들이 외국에서 이들의 작품을 몇 점씩 구입해 들여와 판매를 목적으로 열렸던데 비해 이 전시회들은 각 화랑들이 작가나 외국화랑들과 직접 협의해 출품토록 하는 본격적인 기획초대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처럼 국내화랑들이 외국작가 전시회를 유치하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국내미술시장개방을 앞두고 이들 인기작가들의 국내판매권(딜러)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작가와 인연을 맺어둠으로써 앞으로 이들 작가의 작품은 딜러권을 딴 자신의 화랑을 통해서만 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마이클 맥밀런전을 마련한 국제화랑은 앞으로 2년동안 맥밀런 작품의 국내판매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화랑들은 몇 년 전부터 외국의 미술시장에 참여해오면서 외국작품에 서서히 눈뜨기 시작했다. 국내 유명작가의 작품에 비해 오히려 싼값에 좋은 작품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또 이들의 작품 값이 매년 크게 뛰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게다가 국내 인기작가들의 작품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값이 턱없이 오른 점도 이 같은 움직임을 부채질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되는 외국 작가들은 대부분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작품 값이 매년 뛰어오르는 현대작가들이다. 각 화랑들은 이들의 전시회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 1∼2년 동안 남모르게 노력해왔다.
마이클 맥밀런(44)은 헐어빠진 나무토막, 버려진 기계부품 등 폐품을 이용해 독특한 조형세계를 펼쳐 주목받고 있는 조각가다.
그는 폐품조각들을 장난기와 유머감각으로 조립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지난날의 향수와 꿈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착시효과를 노린다.
영화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맥밀런은 바로 남들이 쓸모없고 더럽다고 내팽개친 폐품에서 인간들이 잃고있는 시와 예술을 발견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시회에 맞춰 지난25일 내한한 맥밀런은 오는31일 오후2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슬라이드와 비디오로 그의 작품세계를 강연한다.
로버트 라우센버그(65)는 재스퍼 존스와 함께 미국 팝아트의 대표작가로 손꼽힌다.
50∼60년대 회화와 오브제를 결합시킨 컴바인 페인팅 작업을 선보여 화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라우센버그는 70년대 이후 실크스크린 판화기법과 콜라주를 통해 자유롭고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의 판화작품 28점이 선보인다.
스페인출신인 안토니 클라베(77)는 23세 때 프랑스에 망명한 이후 두터운 마티에르로 스페인적 격정을 표현해왔으며 석판화에도 뛰어난 작가다.
카렐 아폘(69)은 네덜란드출신으로 48년 결성된 소위 「코브라」그룹을 이끌어왔다. 강렬한 색채와 경쾌한 화면으로 전후의 허무주의를 극복했던 세계적 인기작가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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