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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통과한 미 「민법」의 이정표 「장애자법」|4천3백만 미 장애자들 "특별보호는 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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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체로 미국의 복지정책은 소득의 재분배보다 신체적·정신적 장애자를 돕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있다. 장애자들이 피동적 구호대상에 오르는 것을 본인들은 물론 납세자들도 싫어한다. 이보다 이들이 경제적·사회적 차별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정의개념이 강한 셈이다.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지난주 상원에 이어 21일 하원을 통과한 미 장애자법이다. 장애자법이 하원에서 4백3대2O의 압도적 표차로 의결되자 여론은 이를 미국 민권법의 이정표로 규정했다.
장애자 보호를 복지차원이 아니라 민권차원에서 보고 있는 미 국민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50년대와 60년대 치열한 찬반 「전쟁」 끝에 빛을 보게됐던 「64년 민권법」은 성·피부·인종·종교·출신국적을 이유로 하는 모든 차별의 배격을 이미 실천토록 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의회를 통과한 새로운 법률은 한발 더 나아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의 배격을 내용으로 하고있다. 「장애자」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 (AIDS) 환자· 알콜중독회복자·마약중독회복자까지 포함되어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법은 이러한 장애자들이 공공기관 및 시설물의 수용은 물론 민간업체의 고용 등으로부터 차별 받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미 청년 장애자사회복지법을 마련하여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회사와 정부기관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자에 대해 차별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그러나 이번 장애자법은 공공은 물론 민간부문에까지 장애자 차별금지를 전면 확대한 것이다. 이 법은 관·민에 구분 없이 자격을 갖춘 근로자와 취직응시자를 적절히 수용해야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이 발효되면 대부분의 공공기관 및 기업들은 장애자들을 위해 사무실이나 공장의 구조를 바꾸고 상점들도 시설을 뜯어고쳐야 할 판이다.
법상 장애자는 「보행·대화·작업등 주요활동을 실제적으로 제한하는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지닌 자」로 규정돼있다. 이 가운데에는 치료받은 일이 있는 에이즈환자·마약복용자·알콜중독자가 포함된다. 그러나 병적 도벽·상습도박·소아에 대한 성욕 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법의 실시가 특히 민간부문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물론 적지 않을 것 같다.
우선 교통분야의 조치가 가장 많아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 대중교통 수단이면서 장애자 시설이 일반화되지 않은 버스는 신형 제작이 불가피하다. 횔체어를 타야하는 장애자를 위해 모든 버스에 엘리베이터가 필수적이다. 전철 및 기차역에도 횔체어 승강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호텔·식당·극장·학교·박물관·도서관·상점 등 「공공시설의 신·개축건물은 장애자 출입을 저지하는 방해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들을 수용하는 추가시설이 갖추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본래 건축비의 1%정도가 더 들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화회사들은 장애자들이 정상인과 의사를 소통할 수 있도록 특별한 「중계」서비스를 완비해야 한다. 장애자들의 의사가 타이프 문자·부호형태로 전환되어 이를 교환수가 중계하는 서비스가 3년 후에는 마련되도록 이 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 전화 특별장치만을 위해 미최대 전화중계회사인 ATT사는 2억5전만∼3억3천만 달러의 소요경비를 예상하고 있다.
버스 개조를 위해 주정부들은 연간 2천만∼3천만 달러의 추가경비를 예상하고 있고 미최대 민간버스회사인 그레이하운드사는 연 8천만 달러까지 각오하고 있다.
장애자법은 상·하원 내용이 서로 조금 차이가 나지만 조정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며 부시미대통령도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록 15명 이하의 작업장은 법실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각종 유예조치를 위해 전면 실시될 때까지 앞으로 4년이 걸리기는 하지만 이 법은4천3백만명의 미 장애자들뿐 아니라 일반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장애자일지라도「직업상의 기본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한 고용 및 진급에 있어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은 이제까지 주로 남녀·인종과 관련하여 체공되던 미 민권 보호의 질과 차원을 한층 격상시킨 획기적 계기로 평가된다.
【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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