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채임버홀 앞에서 안내원들이 인사예절을 연습중이다.
◆매년 승무원 배출=활동 중인 대학생 안내원은 모두 40명. 여학생 38명에 남학생이 2명이다. 업무 특성상 남학생은 3명 이하로 제한해 선발한다. 음대생보다는 기타 전공자들이 훨씬 많다. 학교도 전공도 다르다. 안내원 근무를 훌륭한 인턴십 기회로 여기는 학생들이 많다. 상당수가 하우스 매니저(극장.공연장 운영 책임자)나 비서.승무원.호텔리어 등 서비스 업계로 진출한다. 국내외 항공사 승무원 채용에서도 해를 거르지 않고 합격자가 배출된다. 1년 동안 안내원으로 근무했던 석혜린(25)씨가 지난해 대한항공에 입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박지우(25)씨가 아시아나 승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김태경(26)씨는 외항사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승무원 시험에 합격한 선배 안내원들은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밝은 미소와 인사 예절, 돌발상황 대처 능력 등을 비중있게 평가한다"며 "안내원 근무가 시험 준비 과정과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임주아(23·고려대학교 언론정보학) 안내원이 관객의 물품을 맡아 보관하고 있다.
◆서비스 기본기 실전 체험=선호도 높은 서비스 분야에 세종문화회관 출신 안내원들의 진출이 두드러지는 것은 현장 경험에서 얻은 탄탄한 기본기 덕이 크다. 하우스 매니저는 규모있는 공연장에서도 1명 이상 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드물어 취업의 문이 좁다. 공연장 관계자들은 "공연 일정 관리를 비롯해 관객 불만 처리까지 공연장의 전반적인 업무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하므로 '실전 경험'이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이라고 말한다.
추천을 통한 인력 충원이 많아 안내원 근무가 그대로 등용문 구실을 하기도 한다.'쿠션 언어'등 강도 높은 서비스 교육은 많은 승무원을 배출하는 비결이다. 쿠션 언어는 상대의 질문 내용을 한 번 되물어 경청했음을 확인시키고, 정확한 질문요지를 파악해 짧은 시간에 적절한 답변을 하는 화법을 일컫는다. 전화예절이 밴 114상담원,주문을 확인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종업원들은 쿠션언어의 전문가들이다. 표현은 친절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 강현석(26·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 안내원이 대강당 3층 앞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개성있는 스타일이 우선인 여느 대학생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상.하반기 한 차례씩 항공사 객실장 등을 초빙해 전문 서비스 연수도 진행한다. 반나절 동안 계속되는 교육이 끝나면 자세는 더욱 꼿꼿해지고, 목소리는 '솔'음에 맞춰 경쾌하게 올라간다. 이렇게 교육받은 안내원들은 취업을 준비할 때 '안내원 근무경력 증명서'를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내놓는다. 아르바이트에게 경력증명서가 발급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항공사 호텔 등에서도 이를 눈여겨 본다. 전윤선(33)하우스 매니저는 "취업철이면 안내원으로 일한 학생의 근무 사실과 근태 여부를 확인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직원 뺨치는 알바경쟁률=실전 교육과 아르바이트를 겸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안내원 입사 경쟁은 직원 채용 못지 않게 치열하다. 경쟁률은 보통 10:1 정도. 총원이 3명으로 정해져있는 남학생 안내원들의 경쟁률은 더 높다. 지원자가 많은 만큼 2차에 걸친 전형과정도 까다롭다. 이력서를 굳이 직접 써서 들고오게 하는 것도 평소 됨됨이를 엿보기 위해서다. 결원이 생길 때 홈페이지에만 공고해 선발하기 때문에 때를 놓친 지원자들이 "이력서만이라도 받아달라"며 찾아오기도 한다. 1999년부터 대학생 안내원을 선발해 온 전매니저는 "밝은 미소와 재치, 단정한 몸가짐과 예의바른 태도를 눈여겨 본다"고 귀띔했다.
박연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