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판 MD 시작됐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 군이 미사일 요격용으로 쓰이는 패트리엇 미사일의 도입 방법을 확정함에 따라 미사일방어(MD)체계의 구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패트리엇급 미사일을 도입하는 차기유도무기(SAM-X)사업에 따라 1조1000억원을 들여 2008년부터 패트리엇 48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처음 배치돼 이라크가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해 유명해졌다. 미국이 추진하는 MD체계의 한 부분이다.

◆ 도입 계획=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일"독일의 잉여 패트리엇 장비를 도입하되 지상통제장비만 미국에서 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 가운데 발사대, 미사일(PAC-2), 레이더 등은 독일군이 보유 중인 중고품을 사오고 지상통제장치는 미 레이티온사(社)로부터 구매한다는 얘기다.

방사청이 패트리엇 체계를 개발한 레이티온사로부터 직접 사지 않고 독일의 잉여 장비를 사는 것은 가격 면에서 중고품은 신품의 반값이면 되기 때문이다. 또 독일군이 보유한 PAC-2 미사일은 적 전투기 요격에 주로 쓰인다. 지난 국민의 정부부터 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전투기 요격용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대대용 지상통제장비는 독일이 팔지 않아서다. 지상통제장비는 레이더가 확인한 적기나 탄도미사일 등 공중 표적을 요격할 때 패트리엇 미사일을 자동으로 할당하고 발사를 지시하는 핵심 장비다.

◆ MD체계 구축의 출발인가=우리 군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도입하는 1차 목적은 노후된 나이키 미사일을 교체하기 위한 것이다. 적 전투기를 10㎞ 이상 고(高)고도에서 요격하는 나이키 미사일은 도입된 지 40년이 지나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은 70년대에, 독일.그리스 등은 80년대에 모두 실전에서 퇴역시켰다. 공군이 운영 중인 나이키 미사일은 98년 오작동으로 발사돼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패트리엇 미사일은 필요에 따라 미사일방어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 올 7월 5일 북한이 발사한 일곱 발의 미사일 가운데 여섯 발은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스커드B, C와 노동미사일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군도 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본학 한림대 교수는 "북한 미사일에 대비하려면 MD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커질 경우 한국군은 스커드B, C와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PAC-3 미사일과 발사대만 추가로 구매하면 된다. 독일.미국에서 구입한 패트리엇 레이더와 지상통제장비를 활용해 PAC-3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PAC-3의 탄도미사일 요격 성공률은 85% 이상으로 평가된다.

패트리엇 미사일을 탄도미사일 방어용으로 확장할 경우 해군이 도입할 이지스함(KDX-Ⅲ)과 연동시킬 수 있어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패트리엇 미사일=미 육군이 나이키 미사일을 교체하기 위해 84년 개발, 실전 배치한 고(高)고도 지대공 미사일. PAC-1과 2형은 탄두가 항공기에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산탄형으로 파편을 쏟아내 전투기를 파괴한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에는 명중해도 완전하게 파괴하지 못해 효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91년 걸프전에서 증명됐다. 미국이 최근 개발한 PAC-3의 3차형(conf 3)은 산탄형이 아닌 단일 탄두형에다 기동성도 높아 노동미사일과 같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직접 부딪쳐 완전 파괴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