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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배터리 다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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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소니의 배터리 리콜 사태의 파장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6~7월 일본과 미국 등에서 발생한 몇 건의 화재사고로 촉발된 소니의 배터리 문제는 주요 컴퓨터 업체의 연이은 리콜 발표와 소니의 자체 리콜 선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9월 29일은 소니엔 악몽 같은 날이었다. 이날 일본.중국 전자업체 3곳이 소니 배터리를 사용한 제품의 리콜을 선언했다. 델.애플 등 미국의 컴퓨터 업체들이 리콜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일부 회사에 국한된 문제라고 했던 소니지만 이날 일본 회사들의 리콜 선언에는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노트북의 강자 도시바는 이날 '새트라이트 포르티지''테크라' 등 인기 모델 83만 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후지쓰도 19개 모델에 장착된 소니 배터리에 대해 리콜을 선언했다. 도시바는 지난달에도 34만 대의 리콜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날 세계 3위 업체이자 PC의 원조 격인 IBM레노버도 소니 배터리가 달린 자사 제품 52만6000대를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동시다발적인 메이저 컴퓨터 업체들의 리콜 소식에 소니는 이날 '잠재적 위험이 있는 전지를 전면 교체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긴급 발표했다.

이미 8월 리콜을 발표한 델(410만 대), 애플(180만 대)까지 포함할 경우 총 리콜 대수는 후지쓰와 소니 자체 리콜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도 약 700만 대에 달한다. 주요 업체 중 소니 배터리와 관련한 리콜을 하지 않은 곳은 HP가 유일하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제품은 2004년부터 올 초까지 소니가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다. 제조상의 결함으로 과열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니는 이미 기술적인 보완을 마쳐 신제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건으로 소니가 입은 타격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외신들은 최근 블루레이 디스크의 기술적인 문제로 올 11월 출시 예정이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출시를 연기한 소니가 이번 일로 '워크맨의 소니'라는 명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비용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는 애플과 델의 리콜로 인한 비용을 최고 2억5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리콜 사태가 번지면서 현재는 정확한 비용 계산도 어려울 정도다.

소니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53달러였던 주가는 29일 현재 40.36달러로 떨어졌다. 업계의 관심은 세계 2위인 소니의 2차전지 사업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지로 옮겨가고 있다. 마켓워치는 이번 일로 소니의 거래 기업들이 마쓰시타 등 소니의 경쟁사로 발주를 옮기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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