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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일 정상회담, 신뢰 회복의 장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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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양국이 그동안 껄끄러웠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건 반가운 일이다. 교역량이나 인적 교류 등 밀접한 양국 관계를 감안할 때 정상들만 만나지 못하는 괴이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일본 의회 연설에서 한.중 양국을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 "미래를 향해 솔직히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한국.중국과의 관계 복원 의지를 보여줬다. 우리는 아베 총리의 이런 의지 표명을 환영한다.

물론 평소 아베 총리가 밝힌 헌법.교육법의 개정 방향 등 여러 정책들이 한.중과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정상회담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온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만 해도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이미 참배한 적이 있고 앞으로 참배 여부는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웃과의 미래지향적 대화를 중시한다고 천명한 것을 취임 초기부터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한.일 관계는 침략의 역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돌출적 행동으로 부침(浮沈)을 반복해 왔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그런 행동의 극치를 보여준 예다. 한.중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들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군사강국화 경향을 우려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거나 오히려 정당화하려는 일본 내 일부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일본이 재차 침략성을 띠게 될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물론 전후 반세기 이상의 일본 역사를 살펴볼 때 일본 스스로는 이러한 경계가 기우일 뿐이라고 말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의 우익 세력과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이 아시아 각 국민의 일본 우경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극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아베 총리가 내세우는 '아름다운 일본'이 주변국들과 힘보다는 호혜와 평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솔직하고 공정한 일본'이 될 것임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