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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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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 경계선 '조제, 호랑이…'의 이누도 잇신 감독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메종 드 히미코'로 한국에 열혈팬을 확보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2000년 영화다. 감독이 앞의 두 작품과 함께 '경계선 3부작'이라고 부르는 연작의 첫 편이다. 부조화 커플의 사랑과 소통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정평난 감독답게 이번에는 무려 62살 차이 나는 커플을 등장시켰다. 노인들의 도우미로 일하는 18세 소녀 나리스와 괴팍한 80세 노인 닛포리가 주인공. 치매로 자신이 아직도 20대인줄 아는 닛포리는 나리스에게 열렬히 구애한다. 순정만화가 원작인 만큼 만화적인 장면과 컷 분할이 돋보인다. 나리스 역의 이케와키 지즈루는 '조제…'에서 퉁명스러운 장애인 여성으로 나와 열연했던 그 배우다. 2000년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대상 수상작.

한편 '메종 드 히미코'의 오다기리 조가 주연한 '유레루'는 관객 4만 명을 돌파하는 선전에 이어 추석까지 관객을 찾는다.

■ 버지니아 울프 "소설의 언어를 완벽한 영상 언어로 …"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을 '안토니아스 라인'으로 유명한 마를린 호리스가 영화로 옮겼다. 한 문장 안에서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영화화가 쉽지 않으리라 여겨졌던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의 언어를 완벽하게 영상의 언어로 바꾸었다"고 호평받았다. 원작의 난해함을 감안하고 본다면 영화적 성취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작품이다. 일상의 탈주를 꿈꾸지만 결국 현실적 선택을 하는 상류층 여인이 과거를 돌아보는 노년의 하루를 그린다. 명배우 버네사 레드그레이브(댈러웨이 부인)의 품격있는 연기가 압권이다. 원작은 자살로 생을 마친 울프의 개인사가 투영된 소설로도 유명한데 댈러웨이 부인은 울프의 밝은 면을, 자살하는 청년 셉티머스는 어두운 면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파두' 올 베를린 영화제 최고 영화음악상

마카오를 배경으로 한 감성 멜로물. 현란한 영상미학으로 펑하오샹 감독은 '제2의 왕자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범죄에 연루돼 정직 처분을 받은 문제경찰 싱(두원쩌)은 거리를 방황하는 소녀 옌(이사벨라 롱)과 동거를 시작한다. 알고 보니 옌은 싱의 첫사랑 이사벨라의 딸. 어쩌면 부녀일 수도 있는 두 사람은 모호한 관계 속에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외피는 감각적 멜로지만 1999년 중국 반환을 앞둔 마카오를 무대로 해 정치적 맥락이 읽히는 영화다. 30대 남자와 10대 소녀, 정체가 모호한 두 사람의 관계와 세기말적 이미지가 당시 사회적 불안감을 담아냈다는 평이다. 포르투갈의 민속음악 '파두'가 극적 감정을 고조시킨다. 올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고 영화음악상을 받았다.

■ 아이슬랜드 "그 차가운 곳에서 이렇게 따뜻한 영화가…"

외딴 아이슬랜드 피오르에 사는 17세 소년 노이. 선천성 색소 결핍증(백피증)을 앓는 그는 엉뚱한 짓을 일삼아 바보소년으로 불린다. 그런데 어느날 정신과 의사는 그가 천재라고 말한다.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성장기의 비극과 사회풍자적 코미디를 절묘하게 엮었다. 2003년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영화팬들 사이에 '내 이름은 노이'로 알려진 영화다. 미국의 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영향받았다는 다구르 카리 감독의 말대로 냉소적이면서도 모호한 유머감각이 돋보인다. 한 외지는 "이렇게 차가운 배경에서 이렇게 따뜻한 영화가 탄생할 줄이야"라고 평했다.

■ 청룽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 온 이 남자!

명절이면 극장이나 TV를 어김없이 장식하는 청룽이 이번에 선보이는 영화는 제목도 묘한 'BB프로젝트'(천무성 감독). 엄청난 몸값이 걸린 '빌리언달러 베이비' 유괴 작전을 소재로 한 코믹 액션물이다.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긴 청룽이 잠시 고향 홍콩으로 돌아와 선보인 작품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도박에 빠진 퉁탕(청룽)과 바람둥이 난봉(구톈러)은 2인조 전문 털이범. 급기야 갱단의 BB프로젝트에 가담하게 된 두 사람. 그러나 억만장자 아기와 동거가 시작되면서 이들의 마음은 흔들린다. 아기를 부모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은 두 사람은 갱단과 맞선다. 청룽의 파트너 역은 원래 장동건을 캐스팅하려 했다는 후일담이다.

■ 애니메이션 톰 행크스가 아이들에 읽어주던 책

중추절 유일한 애니메이션이다. 미국의 유명한 그림책 '개미나라에 간 루카스'가 원작이다. 톰 행크스가 5살짜리 아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가 기획.제작했다고 한다. 행크스는 '폴라 익스프레스'때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책을 제작했다고 밝혔으니 꽤 가정적인 아버지인 듯하다.

왕따 소년 루카스가 개미들에게 화풀이하다 개미 크기로 작아진 다음, 개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봐야 즐길거리가 많은 영화다. 메릴 스트리프.니컬러스 케이지.줄리아 로버츠 등 빅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일반 극장에서는 2D로 상영하지만 용산.인천.서면CGV에서는 3D 아이맥스 버전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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