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830점, 655점에 현수막'…씁쓸 vs 코믹 설왕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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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사무소 가다가 동네 전문대 앞을 지나는데... 정문 옆에 저걸 걸어놨더라고. 나도 공부를 잘하는건 아니지만, 이건 아니잖아?'라고 돼 있더군. 이 학교 보다야, 모두가 토익을 잘봐야하는 울나라가 더 웃기지. 읽고 보니 그냥... 기분 괜히 씁쓸하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이다. 어느 전문대에서 800점대 초반의 점수를 '고득점'이라며 현수막에 써 크게 걸어둔 사진과 함께 게재됐다. 아이디 마코드 벨릭을 쓰는 네티즌은 누군가 사진을 찍어 "(평범한 점수를 고득점이라며 자랑하는)이건 아니잖아"라며 재미삼아 올린 글에 "모두가 토익을 잘봐야하는 우리 나라의 현실이 더 웃기다"며 씁쓸한 소회를 적었다.

30일 작성된 이 글은 11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견은 팽팽하게 맞섰다. '실력론'을 앞세운 네티즌들은 "인문계에서 서울시내 4년제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봐도 저 정도는 되는데"라며 현수막까지 내건 대학이 촌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꼬았다. 점수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 영어와 토익 점수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더 우스꽝스럽다는 '비판론'도 거셌다. 자신을 의대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베야할 적(敵)도 없는데 제 아무리 칼을 정성스레 가는게 무슨 소용인가. 당장 토익시험보라고 하면 500점이나 나올까? 토익 900넘었다고 해서 그 실력이 5년뒤에도 그대로 일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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