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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들썩 "수능 뺨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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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을 준비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7, 9급 공무원 932명을 뽑는 이번 시험에 무려 15만1150명이 원서를 내 감독관.고사장은 가까스로 확보했으나 시험 당일의 지방 수험생 안내 등이 숙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이번 응시생 15만 명은 2007학년도 서울 지역 수능 응시 예상인원(16만2000여 명)에 1만여 명 모자라고, 올해 전국 수능 응시 예정자(58만8000여 명)의 25%를 넘는다. 행정직에 12만5000여 명(187대 1), 기술직에 2만4000여 명(99.5대 1), 연구직에 1500여 명(87대 1)이 응시했다. 162대 1의 경쟁률은 1964년 공채 시작 이래 최고 경쟁률로 지난해는 1186명 모집에 12만8000여 명이 몰려 9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많은 수험생이 원서를 낸 것은 불황이 계속되면서 안정된 직장으로 공무원이 인기를 끄는 데다 99년에 응시자 거주지 제한이 없어져 전국 각지에서 도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응시자 중 서울 지역 응시생은 20%선이다. 지난해까지 두 차례로 나눠 뽑던 공채가 올해에는 한 번으로 줄고 인터넷으로 원서를 접수한 것도 응시생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응시자를 분류하면 여성이 절반을 넘고(8만3162명), 대학원 졸업자 3404명을 비롯해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응시자가 12만5460명이다. 나이는 만 25~29세가 8만5490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시는 매머드급 시험을 위해 서울 시내 143개 학교의 교실 4698개를 시험장으로 확보했다. 시험 감독관으로는 1만5000여 명의 공무원이 투입된다. 이는 서울시 소속 전체 공무원(5만8000여 명)의 25%가 넘는 것으로 본청 공무원만으로는 부족해 25개 구청에서 400~500명씩 동원된다. 구청마다 "5~7급 직원 대부분이 시험감독으로 나가야 할 판"이라며 아우성이다.

서울시는 교실 사용료(교실 한 개 4만3000원)와 감독수당(1인당 5만원)으로 10억1000만원을 책정했다. 시험지 인쇄비용 5000만원을 비롯해 출제비.안내 표지 설치비 등을 합하면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은 18억원에 달한다. 전형료 수입 8억5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48개 직렬의 시험과목은 국어.영어.한국사 등 84개 과목으로, 교수 등 300여 명이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시험을 총괄하는 서울공무원교육원 직원 33명은 문제지의 검토.인쇄를 위해 이달 중순부터 전화통화는 물론 출입이 금지된 채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지는 경찰관이 탑승한 가운데 각 구청으로 옮겨진다.

지방 수험생을 위해 철도공사는 시험 당일 오전 5시10분 부산을 출발해 구포.동대구역을 거쳐 8시10분 서울역에 도착하는 KTX 임시열차를 편성했다. 임시열차 승차권은 8월 10일 오전 9시 예매를 시작해 이날 오후 6시 935석이 매진됐다.

서울시는 시험 날 직원 10여 명을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 배치해 시험장 위치 등이 인쇄된 안내문 2만 부를 수험생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또 응급 환자가 생길 것에 대비해 시험장에 구급요원 106명을 대기시킨다. 수험생은 오전 9시20분까지 고사장에 입실해야 하며 필기시험 합격자는 11월 7일 발표된다.

서울공무원교육원 석성근 교육기획과장은 "서울시 전역에서 시험이 실시되지만, 지정된 시험장 외에는 시험을 치를 수 없으니 응시자는 미리 교통편과 시험장소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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