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문구 전집 완간 기념 봉헌제를 다녀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바로, 총 26권의 이문구 전집 완간을 기념하는 세미나를 하기 직전에 먼저 그 주인공에게 신고식(?)을 하러 온 거다. 행사를 기획한 기념사업회의 대표 김주영(소설가)이 이미 "경향 각지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문우들을 반갑게 맞아 대작하는 틈틈이 쓴 그의 소설 <관촌수필>을 읽고 울었던 기억"을 회상하며 전집 완간 봉헌제의 운을 뗀 상태다. 대표로 전집을 봉헌한 신사(랜덤하우스코리아 박희석 전무)는 "생전에 뵙지 못하고 명성만으로 존경한 분의 전집을 내 바치게 되어 영광이다"고 감격해 한다. 이어 돼지고기와 과일을 조촐하게 진설하고 작가 황충상이 대표로 헌작을 한다.

이문구는 2003년 2월 투병끝에 "내 이름으로 된 어떤 일도 꾸미지 말라"고 유언하고 한줌 가루가 되어 이곳 솔숲에 뿌려졌다. 바로 여기가 그의 고향이고, 저 잊지 못할 <관촌수필>의 무대다. 그가 작품 외의 흔적을 남기기 원치 않아서 살아남은 자들은 작품만을 선물로 받아 읽어 왔지만, 그 작품들은 어느새 그들을 관촌으로 데려가곤 했다. 그렇게 모여들어 기념사업회가 되고, 전집 완간이 되고, 절로 문학관 건립추진회가 되고 있었던 거다. 당연히 이문구가 사랑해 마지 않은 고향의 후배 문인들(문협지회장 시인 문상재)이 동참하고 이제는 보령시장(신준희)이 발벗고 나섰다. 이게 뚜렷한 지역의식의 소산인 작품의 힘이고, 또 중앙과 변방,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감싸온 작가가 절로 뿌려놓고 간 빛과 씨들의 움 틔움이다.

남다른 문학관 건립을 위해 공부를 하려는 세미나는 대천문화원에서 작가 한승원 등 먼 손님들과 지역민들의 참관 아래 이어졌다. 평론가 권영민(서울대 교수)이 권두언을 하고, 이문구 문학을 "스스로 수필이라 표현한 데서 시작된 전(傳) 형식의 완성"이라는 김윤식, "생활과 밀착된 한국 언어의 보고"라는 임우기 등의 설명으로 듬직하게 무게중심이 잡힌다.

어릴 때 아버지와 형들을 도륙당한 고향을 문학의 이름으로 빛내는 작가의 조그만 고향에서 나는 취한다. 그러나 생생히 말하노라, 문학이여, 지역과 더불어 영원하리라!

박덕규(소설가, 단국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