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 … " 암구호 못 대면 자동 사격

"이젠 경비병이 없어도 철통같이 지켜 드립니다."

침입자나 이상 물체를 탐지한 뒤 내부에 장착된 무기로 직접 침입자를 제압까지 할 수 있는 지능형 감시 경계로봇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다. 이 로봇은 이르면 내년부터 휴전선 등에 시범 배치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는 28일 민군(民軍) 겸용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2003년부터 3년간 98억원을 투입해 삼성테크윈 등 4개 기업과 고려대가 공동 개발한 '지능형 감시 경계로봇'을 공개했다. 사람 키보다 작은 1m 크기의 이 로봇은 내부에 장착된 3개의 카메라 등을 통해 좌우 반경 180도 이내의 4㎞(야간 2㎞) 거리 안에 있는 움직이는 물체를 모두 자동 탐지한다. 24시간 감시.경계가 가능해 최전방 초소(GOP)에서 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경계병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특히 2㎞(야간 1㎞) 거리 안에서는 자체 내 형상인식장비가 이동 물체의 유형과 특징을 분석해 사람.동물.나무.차량 등을 정확하게 가려낸다. 이상 물체가 10m 이내에 다가서면 음성인식기술을 이용해 사람처럼 군대에서 사용하는 암구호를 보내고 받아 아군인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로봇은 K-3 기관총이나 비살상 고무탄총을 장착해 스스로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기 때문에 완벽한 무인 감시.경계가 가능하다. 또 경계구역 안에 나타난 물체가 동물로 인식될 경우 총 대신 경고방송이나 고음을 내 이를 쫓아낼 수도 있다.

악천후에서는 근거리 레이더 방식보다 탐지 거리가 다소 떨어지는 약점이 있지만, 레이더가 물체를 점으로만 표시하는 데 비해 이 장비는 형태별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출동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적외선 탐지기와 초저조도 카메라로 야간에도 컬러 동영상으로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

이재훈 산자부 산업정책본부장은 "이 로봇은 감시 기능 외에 추적.제압 기능까지 일체형으로 구성돼 활용성이 높기 때문에 이스라엘 등에서 현재 개발.시판 중인 감시 장비보다 뛰어난 제품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감시 경계로봇은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희망 한국 뉴테크 뉴비즈 시리즈'의 일환으로 스마트 의류와 미니 굴착기, 고속 유전자 검사 기기에 이은 네 번째 성과다. 시판 가격은 대당 1억9000만원 선으로 현장 시험평가를 거친 뒤 내년 말부터 군부대는 물론 공항과 발전소, 정유소 등 국내외 주요 민간 시설에 시판될 예정이다.

정세균 산자부 장관은 이날 삼성 천안연수원에서 이선희 방위사업청장 등 군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시연회에서 "이제 위험한 군 경계 임무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도 "정규 군인 못지않은 경계 능력을 가졌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홍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