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신고포상금 80% '검·경찰 손으로 들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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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운영 중인 신고포상제가 문제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 상반기에 지급된 '부정의료업자 신고포상금' 중 80%가 일반 시민이 아닌 검.경찰에 돌아갔고, '의약 분업 위반 포상금'의 경우 신고 건수가 3건에 불과하는 등 시민신고포상제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신고포상제는 법 경시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행정 참여 및 고발정신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

최근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이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12개 국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신고포상금 예산집행 내역'에 따르면 4개 기관의 6개 포상금은 올 상반기까지 총 14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면서 일반인에게 지급한 6억4000만원보다 더 많은 7억6800만원(55%)을 관련 기관 공무원과 검찰, 경찰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법행위자 단속 및 검거가 본연의 임무인 공무원, 검찰, 경찰에게 포상금 명목으로 포상금의 절반 이상을 지급한 셈이다.

이 기관들의 신고포상금은 도입된 후 현재까지 일반인 2614명에게 평균 24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 반면 공무원 3995명에게 평균 17만원, 경찰 43명에게 평균 130만원, 검찰 18명에게 평균 62만원의 포상금이 각각 지급됐다.

문제는 이같은 단속실적이 공무원, 검.경찰의 자체 수사를 통해 단속이 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홍문표 의원측은 "조사 결과 이들 대부분이 일반인들이 제보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이 본연의 업무인 단속만 해도 포상금이 지급된 것"이라며 "정상적인 급료와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별도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급여를 이중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중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부정 의료업자 신고포상금은 총 2148만원의 포상금 지급액 중 검.경찰(1798만원)에게 무려 80%나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경찰 10명에게 1364만원, 검찰 14명에게 434만원이 지급된 반면, 일반시민 8명에게는 겨우 350만원이 지급됐다.

특히 포항북부경찰서는 6명의 경찰이 4번에 걸쳐 총 880만원을 포상금으로 받아 한 경찰서에서 받은 포상금 총액이 전체 시민에게 지급된 액수의 두 배를 훨씬 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검.경찰에게 포상금을 준 이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포상금 지급만으로는 날로 증가하는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어렵고 야간근무에 따른 수당 등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약분업 위반 사항에 대한 감시 및 단속에 일반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2001년 8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의약분업 시민신고포상금제는 햇수를 거듭하면서 유명무실해진 경우다.

지난 2002년 4건이 접수된 이후 2003년 3건, 2004년 11건, 2005년 9건을 기록했고, 올해는 7월까지 단 3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포상금 지급액 역시 2004년 196만원으로 최고기록을 달성한 뒤 2005년 190만원에서 올 7월에는 45만원으로 감소했다.

의약분업 위반 사항을 신고한 주민에게는 각 지자체 보건소에서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내린 뒤 최종 형이 확정된 이후 10만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현재 두 건의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포상건수가 감소하거나 너무 작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진료내역 신고 보상금은 지난해 6972건 6023만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916건 2275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한 요양기관내부종사자 공익신고 포상금의 경우 신고건수가 단 2건에 불과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고포상제의 본래 취지에 맞는 지급방식과 운영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필요성이 줄어든 신고포상제는 없애고, 필요한 포상제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제도를 안착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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