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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비효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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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알파벳의 스물네 번째 글자 X는 신비롭다. 있긴 있는데 도대체 내용이 뭔지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상징한다. 'X-파일'이나 '프로젝트 X'에서 X는 너무나 비밀스러워 일반에게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뜻이다. 'X세대(Generation X)'나 'X맨'에서의 X는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X(Malcolm X)는 흑인의 조상인 아프리카인이 노예로 끌려올 때 잃어버린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성을 아예 X로 바꿨다.

X가 알 수 없는 대상을 지칭하게 된 유래는 수학에서 x가 방정식의 미지수를 나타내는 기호로 쓰이면서부터다. 방정식이라는 틀 안에 존재하기는 하는데 문제를 다 풀기 전에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미지의 숫자다.

X는 '극단적인', 또는 '극도의'란 뜻인 익스트림(extreme)의 약자로도 쓰인다. X-스포츠나 일반상영 불가인 포르노의 X등급에서 나타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나 심하게 외설적인 표현을 점잖게 'XX…'라고 쓴다.

이에 비해 경제학에서 X의 쓰임새는 밋밋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이 도입한 X-효율성 이론에서 X는 '여분의, 또는 추가적인(extra)'이란 뜻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이 자원 배분의 효율성(allocative efficiency)만을 따지는데 비해, 라이벤스타인은 조직 운영의 효율성이나 개인의 열성이 경제적 성과의 차이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똑같은 여건에서도 신바람이 나서 일하는 조직은 X-효율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성과도 더 크다는 것이다.

거꾸로 마지못해 일하거나,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는 조직에서 낮은 성과를 내는 것을 'X-비효율성'이라고 한다. 조직운영에 비능률적인 요소가 있거나, 독점기업처럼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쟁이 없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관료조직은 X-비효율성이 커질 위험이 다분하다.

최근 한 정부투자기관이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자료를 조작했다거나, 공무원이 본업을 제쳐놓고 비판 언론 공박과 인터넷 댓글에 열을 올리는 것은 X-비효율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본래 하는 일이 비효율적인 데다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려 있으니 'XX-비효율성'이라고나 할까.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