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노총, 해외 세일즈 '고춧가루' 눈살

중앙일보

입력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국내 노동계의 갈등이 바다 건너 일본에서 재현될 것으로 보여 '국제적 나라 망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한국노총이 해외자본 투자유치를 위해 방문하는 일본의 심장 도쿄가 그 무대다.

민주노총 공공연맹은 26일 도쿄 시내 뉴오타이호텔에서 일본 부품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국가 IR(한국투자환경설명회)에 맞춰 항의시위단을 파견키로 했다. 이를 위해 윤유식 발전노조 부위원장과 김승현 공공연맹 조직차장 등 4명의 '정세균 산자부 장관 퇴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규탄을 위한 일본 원정투쟁단'을 구성했다.

원정 투쟁단은 IR이 열리는 뉴오타이호텔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는데 이어 행사장 주변에서 대형 현수막을 게시한 채 1인 시위를 전개할 계획이다.

이들은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자를 배신한 자들이 일본에서 한국 노사관계가 평화로운 양,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한 것은 거짓 위선과 기만"이라고 주장할 계획이다.

특히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9·11 노사정 합의'를 주도한 이용득 위원장에 대해서는 "한국 노동자들의 눈물과 피를 팔아먹고 더러운 배신행위를 한 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회견문을 준비했다.

IR 행사장에서는 정부와 경영계, 한국노총이 손잡고 "한국의 노사관계가 안정돼 있으니 마음놓고 투자를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밖에서는 "우리 노사관계는 여전히 불안하다"고 고춧가루를 뿌리게 되는 격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도를 넘어선 투쟁 양태'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에서 '노-정', '노-노' 관계가 아무리 최악이더라도 국가적인 해외 세일즈 행사장에까지 와서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게 공통된 반응이다.

경총 관계자는 "과연 해외 원정투쟁을 통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스스로 국민들의 외면을 자초해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식대응은 삼간 채 "위원장 폭행과 사무질 점거에 이어서 해외 시위까지 벌이는 행위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정부·경영계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도입 3년 유예,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등의 로드맵에 합의한데 대해 '밀실 야합'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11월 총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용득 위원장을 폭행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으며, 이에 항의해 한국노총 조합원 2000여명이 민주노총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는 등 양 노총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