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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영광과 좌절 <7>|외국자본 침투 마구잡이 목장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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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브라질 아마존지역 마토 그로소주에 있는 이탈리아의 대기업 리퀴가스사 소유 목장.
리퀴가스가 70년대초 사반테 인디오들의 영토 한가운데 1백40만에이커(17억1천3백60만평) 를 매입, 개간한 이 목장은 토지매입과 개간과정에서부터 정말 처절했다.
정든 삶의 터전을 선뜻 떠나지 못하고 발버둥치는 가냘픈 인디오들을 군대까지 동원, 무자비하게 몰아냈다.
인디오들을 몰아내는데 동원된 「서부의 무법」은 끝내 60명의 인디오들이 목숨을 잃는 살상의 참극을 빚고 말았다. 인디오들의 애환을 가득 담은 밀림은 비행기로 기름을 뿌리고 불태워버리는 소각방식의 개간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인디오들이 수렵을 하던 밀림자리는 끝이 안보이는 푸른 목초밭으로 변했고 이제는 여기저기 타다 남은 나무그루터기들만이 지난날의 밀림지대를 확인시켜 줄뿐이다.

<농장엔 비행장도>
이같이 목장을 개간, 수백만두의 비육우를 방목하고있는 리퀴가스사의 아마존목장은 생산되는 쇠고기를 모두 수출하는 수출프로젝트 일변도로 경영되고 있다. 이목장에서 생산되는 쇠고기는 아예 슈퍼마킷용으로 썰어 포장을 하고 가격도 리라(이탈리아 화폐단위)로 표시, 이탈리아로 직접 공수한다.
목장안에는 쇠고기를 공수하는 보잉707화물전세기들이 이·착륙할수 있는 큰 활주로까지 갖추어져 있다.
1964년 굴라정권을 무너뜨린 군사쿠데타이후 「영농의기업화」명분을 업고 브라질영 아마존지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과 외국자본가들의 신라티푼디움 목장은 현재 30여개나 된다.
이중 미국이 15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의 백만장자 다니엘 케이스 루드윅의 아마존목장은 자그마치 벨기에 국토의 절반에 해당하는 3백70만에이커(44억2천8백80만평)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아마존의 자리강과 파루강연안에 위치한 루드윅의 라티푼디오(대농원)는 아팔라이 인디오들이 살고있던 밀림지역을 매입, 개간한 것으로 앞의 리퀴가스사 목장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형성됐다.
아마존 아라과이아지역에 있는 28만7천에이커의 서독 폴크스바겐사 목장도 노던 카야프인디오들의 땅을 포함하고 있다.
브라질의회 통계에 의하면 외국기업들이 아마존지역에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5천만에이커. 이중 절반정도가 이미 소각이나 벌채와 같은 방법을 통해 목초지로 개간됐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신문보도들에 따르면 외국 다국적기업의 아마존지역 토지점유는 훨씬 더많아 1억4천만에이커에 달한다는 것이다.
70년대초 브라질의 아마존개발계획과 농업개발계획에 따라 발족한 SUDAM(아마존개발감독청)이나 SUDENE(북동부지역개발감독청)등의 지원을 받으며 거대한 토지를 매입, 새로운 대지주가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자본가들의 신라티푼디오는 한뼘의 땅도 소유하지 못한채 포세이로(무단경작자)로 연명해온 1천5백만 브라질 농민들을 쓸모없이 남아 도는 「잉여 인구화」의 막장으로 몰아가는 참담한 비극을 야기하고 있다.

<질병까지 옮겨줘>
뿐만아니라 이들 신라티푼디오들은 질병의 전파와 착취를 위한 혹사로 아마존밀림지역의 원주민 인디오들을 명망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브라질정부의 한 인디오보호기관 통계는 인디오 인구가 20세기초 2백만명에서 63년 20만명, 78년 l0만명으로 줄어들고있음을 보여주고있다.
아마존지역 신라티푼디움 목장의 총잡이들-.
아마존의 대목장주들은 일정 월급을 주는 총잡이들을 몇십명에서 몇백명까지 고용, 목장의 날품팔이꾼들을 순찰, 감시케한다.
이들 총잡이들은 노동관계법률이나 최저의 보건기준도 고려되지않은채 때로는 수천명씩 고용돼 마음대로 목장을 떠나갈수도 없는 강제고용의 상태로 혹사를 당하고있는 날품팔이꾼들을 무자비하게 다룬다.
도망을 치다가 발견되거나 심한 불평이나 항의를 하면 자칫 총알이 날아오기 일쑤다.
미국 개척시대 「무법의 서부」를 떠올리게하는 잔혹한 목장풍경이다.
총잡이들의 무법적인 서부활극은 목장들의 토지매입과정에서부터 벌어진다.
대체로 토지는 현지 중개인을 통해 매입하는데 뜻대로 잘 안될때는 부동산문서위조나 소유권 등기가 없는 경작자들의 강제 축출과 같은 말썽 많은 방법들을 동원한다. 강제 축출에는 흔히 고용 총잡이들과 청부 폭력배들이 동원돼 살상의 참상을 빚는다.
그러나 때로는 이같이 무시무시한 「무법의 서부」에서도 오히려 대지주가 당하는 역전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마존지역에 25만에이커의 목장을 개간하다가 끝내 3명의 포세이로들에게 살해당하고만 미국기업가 존 위버 데이비스씨.
데이비스씨가 땅을 사기전부터 그땅에 정착해 살고있던 포세이로들은 3년동안의 토지분쟁끝에 76년 급기야 처참한 살인극을 일으키고 말았다.
73년 처음 7만에이커를 사서 철조망을 치고 원주민 90가구에 식수를 단절하자 포세이로들은 주당국을 찾아가 진정했으나 아무런 조처도 없었다.
뿐만아니라 SUDAM과 농지개혁기관은 당초 땅을 데이비스씨에게 매각할때부터 포세이로가 10년이상 땅을 소유하면 그땅은 자동적으로 포세이로의 소유가 되는 브라질 관습법을 무시한채 이들의 권리를 인정치 않았다.
얼마후 포세이로들이 불법으로 목장에 옮겨와 살면서 통나무와 농구를 훔쳐갔다는 시비를 벌이다 데이비스씨는 끝내 살해당하고 말았다.

<지주 편드는 당국>
도미니카의 한 마을에서 있었던 대지주의 토지 점탈.
대목장 지주는 목장주변 농민의 토지에 어느날 갑자기 철조망을 치고 젖소등을 내몰아 짓밟고 뜯어먹게 했다.
농민은 지주를 고발했지만 당국은 지주가 아니라 농민을 체포했고 상급 법원에 소송을 해보기도 했지만 2년이 지나도 감감소식이었다.
농민은 하는수없이 지주에게, 1백25달러를 받고 땅을 팔았고, 지주는 똑같은 수법으로 또다른 이웃농민의 땅을 사들였다.
아마존은 브라질 농민의 「희망」이었다.
70년대초 에밀리오 카라스타주 메디치대통령의 아마존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자기땅을 소유하지못한 수많은 농민들은 아마존지역으로 이주만하면 언젠가는 자신의 땅을 갖게 되리라고 기대했다.
아마존횡단고속도로를 건설하고 3천만명의 농민을 정착시키려는 아마존식민계획은 약8천명의 농민에게 씨앗과 6개월분의 최저임금, 2백50에이커의 농토를 주어 이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식민계획은 아마존 지역의 땅이 농사에는 부적합할뿐만 아니라 이지역에의 원시 노동력 투입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실패로 끝난채 다국적기업과 외국자본가의 신라티푼디오 진출의 길을 열고 말았다.
아마존지역의 신대지주들은 목장을 개간, 몇십마리의 암소와 몇마리의 수소만 사서 넣어놓고 멀리 본국의 저택에 누워있기만 해도 목장의 소들이 자연교배에의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돼 몇년후 소를 세어보려면 도저히 육안으로는 셈을 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고용기회도 박탈>
그러나 이들이 생산하는 쇠고기와 우유는 모두 수출돼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에게는 싸게 사먹는 이득을 보게했지만 현지주민들에게는 고기도, 소득의 증대도 없는 더욱 처참한 날품팔이꾼 신세를 안겨주었을 뿐이다.
따라서 아마존지역의 신라티푼디움 목장들은 다국적기업과 외국자본가들이 「부의 상향재분배」를 가져올뿐인 제3세계에서의 「착취구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라티푼디오는 많은 토지들을 미개간으로 갖고있는데 반해 기업농은 토지를 모두 개간하기때문에 라티푼디오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업농이 재정지원을 받는 정부당국과 생산이나 영농계획을 협의해 계획생산을 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그 관리나 토지소유형태등에서 라티푼디오와 다를게 없다.
주로 외국인 소유인 신라티푼디오의 기업영농들이 농민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안보나 정부 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느냐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신라티푼디오들은 고용의 기회를 축소시켰고 대규모 토지를 새롭게 소유, 토지를 갖지못한 많은 농민들과 지주간의 불만·긴장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라틴 아메리카 신라티푼디오 개발의 표본인 아마존지역은 미국 국토의 83%에 해당하는 3백만평방km로 브라질·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볼리비아·베네수엘라등 9개국에 걸쳐 있다.
세계의 마지막 남은 거대한 「자연공원」이며 인류에 산소를 공급하는 지구의 「허파」이기도 한 아마존은 현재도 탐욕스러운 신라티푼디오들에 의한 광산·토지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절망적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글 이은윤 특집부장
문일현 기자
사진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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