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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사태 강경대응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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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각종 노사분규 파급효과막고 재야가세 움직임 사전봉쇄 뜻/공권력투입 효과없을땐 표류장기화
서기원사장의 임명과 공권력투입을 둘러싸고 확대된 KBS방송제작거부 사태는 사태발생 12일째인 23일 정부가 담화문을 통해 강경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를 발함으로써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선정상화 후해결」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정부가 이처럼 강경기미를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의 해결방법이 거의 효과를 볼 수 없어 이제는 강경대응으로라도 사태를 조기수습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담화와 동시에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사태가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정부가 수수방관한다면 앞으로 발생하는 각종 노사분규에서 정부가 계속 밀릴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특히 KBS사태에 끌려다니는 상황에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울산현대중공업의 파업이 단행될때 자칫 통치의 위기가 올지 모른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볼때 KBS의 「인사권과 경영권침해의 불법행위」를 방치하면서 구속자석방을 요구하는 현대중공업측만 강경하게 다룰 수 없는 어려움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인해 잠잠했던 것으로 판단했던 전노협등 재야단체들의 개입이 이번 KBS사태로 인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오는 25일로 예정된 KBS비상대책위주관의 방송민주화평화대행진에 전노협등 노동단체와 재야단체들의 동참이 확실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또 정부내에는 대통령의 통치권 확립이란 차원에서 KBS에 대한 강경대응을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민자당의 내분과정에서 대통령의 권위가 훼손된데다 대통령이 임명한 서사장이 노조의 반대로 취임을 못하게 되면 대통령의 통치권은 다시한번 상처를 입고 일파만파의 약화현상을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KBS의 주무감독부서인 공보처보다 청와대측이 이번 사태에 더욱 민감하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강경방침이 과연 문제해결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먹혀들어 KBS사태가 조기에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서사장의 퇴진을 요구해온 KBS노조나 비상대책위측이 한발짝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을 찾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권력을 두려워할때라야 투입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번 투입해 사태를 진압ㆍ수습하지 못할때 KBS사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격렬한 저항으로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은 분명하고 그럴 경우 가장 절실한 방송정상화가 조기에 되리란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비상대책위의 간부진들에 대한 구속조치와 함께 송출시설등에 제한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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