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한국시리즈] 승부 원점…"잠실서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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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연이 자욱했다. 싸늘한 바닷바람에 실려온 가을 밤안개는 마치 쉼없이 터지는 타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처럼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현대-SK 두 팀이 기록한 안타 수가 모두 24개.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가장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승리는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긴장감을 극복하고 한걸음씩 앞으로 전진한 현대의 차지였다. 모처럼 타선의 집중력을 발휘한 현대가 인천항의 거친 파도를 뚫고 연안부두에 닻을 내리며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했다.

현대는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에이스 정민태의 노련미와 13개의 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힘을 앞세워 SK를 9-3으로 꺾고 시리즈 성적 2승2패로 균형을 되찾았다.

현대는 1회 박종호의 선제 솔로홈런으로 기선을 잡았으나 1회말 SK에 4안타를 얻어맞고 3실점하며 1-3으로 역전당했다.

그러나 현대는 3회 2사 1, 2루에서 심정수.이숭용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보태 3-3 동점을 만들었다. 현대는 SK가 2, 3, 4회 매회 주자를 내보내고도 추가점을 뽑지 못하자 5회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현대는 5회 무사 2, 3루의 찬스에서 이숭용의 중전 적시타로 2점을 추가, 1~3차전까지 3득점에 머물렀던 '마(魔)의 3점' 벽을 넘었다. 현대는 5-3의 불안한 리드를 잡은 7회 1사1, 3루에서 브룸바의 행운의 우전안타가 터지며 승부를 갈랐다.

현대 선발 정민태는 초반 불안을 극복하고 5, 6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SK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대와 SK는 23일 오후 6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5차전을 치른다.

인천=이태일.김종문.백성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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