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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페이지|권하고싶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슈펭글러의 『서양의 몰락』이 출간되었던 시기는 제1차대전 말기 「팍스브리티카나」(영국의 패권)가 한창일 때였다. 그후 2차대전을 겪으면서 세계는 미국과 소련으로 세력권이 양분되었고, 다시 오늘날에는 이 양국체제가 무너져가고 있다.
문이기도 하다.
가령 전우주가 모든 유기물과 무기물을 포함하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가이아(Gia)의 가설이나, 토마스 쿤(T Kuhn)의 패러다임 이론등을 앞지르고 있는것이다.
이책은 세계사·수학·자연과학·조형미술등 논급의 대상이 아주 다양하다. 특히 나는 수학을 통해 문화양상을 파악하고 있는 그의 사상에 매우 큰 영향을 받은바있다.
그는 오늘날의 철학자들이 얼마나 왜소한가를 괴테나 라이프니치등을 등장시켜 논하고 있는데 이는 「전문바보」만을 양성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할 대 가슴이 뜨끔한 경고다.
또한 그는 요즘 우리가 실제로 겪고있는 대중사회화현상에 언급하여 민주제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데모크라시야말로 몰락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정보화의 진행이 필연적으로 민주주의를 중우화시킬 위험을 안고 있음을 실감하는 우리로서는 음미해 볼만한 말이다.
「몰락」의 문제는 역사가의 끊임없는 흥미의 대상이다. 그러나 슈펭글러처럼 거대하게 문명을 개관한 인물은 드물다.
그의 사상이 토인비를 비롯해 전세계 사상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것은 단지 넓은 철학적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며 현실의 흐름과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용운 (한양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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