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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에 닥친 동구개혁 물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념보다 빵이 급하다”경제불안에 위기 고조/작년가을부터 식품공급 늘려 민심무마에 주력
스탈린식 공산독재체제를 고수해 온 동구의 최빈국 알바니아에도 마침내 개혁의 물결이 밀어 닥쳤다.
라미즈 알리아 알바니아국가원수겸 노동당 제1서기는 지난17일 노동당중앙위 연설에서 정치ㆍ경제적 개혁에 착수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개혁의 일환으로 알바니아는 이미 정부기관과 국영기업의 관리를 「젊은 동지」와 비당원으로 대폭 교체하기 시작했고 미소와 국교를 제개하겠다고 시사해 고립주의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알바니아가 동구의 민주화물결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념보다는 빵이 시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소득ㆍ저성장ㆍ고실업ㆍ소비재품귀등 경제난국을 해결하지 않고는 언제 차우셰스쿠와 같은 꼴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알바니아 지도부에 고조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알바니아는 동구 민주화혁명이 시작된 지난해 가을 이후 알리아 제1서기를 중심으로 은밀하게 개혁정책을 추진해왔다. 「페르세리티예」(개혁)라는 용어를 공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소비재부족난을 해결하기 위해 식료품을 상점에서 대거 공급,「민심무마」에 힘써왔다.
85년 엥베르 호자의 죽음으로 알바니아 최고지도자가된 알리아는 개혁에 대한 뚜렷한 신념을 갖고 있는 지도자로 흔히 「밀실의 개혁자」로 불려온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언제 밀실에서 나올 것인가,즉 언제 공개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 되어 온게 사실이다.
그의 개혁안은 ▲생산성과 연계한 임금인상 ▲중앙으로부터 현장 경영자에 대한 권한의 대폭이양 ▲가격통제완화를 통한 생산성향상 ▲선거에서 복수입후보자출마허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혁추진에는 아직 장애가 많다. 3만명이상으로 추산되는 시구리미(비밀경찰)가 3백20만인구를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고 엥베르의 미망인 네즈미에 호자를 중심으로 한 당고위관료들은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아가 개혁정책추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알바니아의 개혁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제 알바니아가 무혈명예혁명을 통한 개혁의 길로 나아갈지,아니면 피비린내 나는 민중봉기를 통한 개혁의 길로 나아갈지는 알바니아 지도부의 개혁추진속도에 달려있다고 하겠다.<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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