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업경쟁률 평균 87對1의 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주요 기업의 올해 채용 경쟁률이 평균 87대1에 달한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과거 더 심한 경우도 종종 보도되기는 했지만 이번 통계는 작금의 '취업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더 실감나게 한다. 여기에 구직활동조차 아예 포기하는 젊은이도 급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구직 현장에서 겪는 고통은 훨씬 심각할 게 자명하다.

취업난과 청년 실업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양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데 있다. 기존 청년 실업자만도 30만명을 웃도는데,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이어나가야 할 30대마저 있던 일자리에서 대거 밀려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런 현상이 자칫 구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설사 경기가 조금 나아진다고 해서 기업들이 옛날처럼 사람을 많이 뽑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한창 직업 전선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젊은이들이 이력서를 들고 거리를 방황하는 것은 엄청난 국력 낭비다. 청년 실업이 개인 파산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으로 연결되면서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게 되는 악순환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취업난과 실업의 최대 원인은 불황이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주안점을 모아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과 정치권이 우선 정치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정치가 불안하고 경제정책이 갈지(之)자로 흐르는 상황에서 투자와 소비활동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과 정치권은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여건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졸자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첫 마당부터 치열한 경쟁과 실업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 비참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위정자들만 모르쇠로 일관해선 안 된다. 대통령과 4당 대표의 개별 회담에서 다른 어떤 의제보다 경제회생과 민생 살리기에 대한 대책을 심도있게 논의하기를 촉구한다.